ADVERTISEMENT

22일 물의 날…부족한 수자원 사람과 생태계 어떻게 나눠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주 유마 인근 길라 계곡의 들판 상추밭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주 유마 인근 길라 계곡의 들판 상추밭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길이가 1000㎞ 이상인 강 가운데 강물 흐름이 끊기지 않고 바다로 이어지는 것은 23%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고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연중 몇 달은 아예 강이 말라붙는다.

인구가 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갈수록 더 많은 물을 끌어다 쓰지만, 담수 생태계 생물들은 말라버린 강과 호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적으로 모니터링되는 담수 생물 종 가운데 84%가 1970~2016년 사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더는 사람만 생각하고 생태계를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사람과 생태계 사이에서 수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인류의 과제가 됐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 지구촌에서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업·생활 용수는 물론 식수 마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생태계 위한 '환경 유량'도 고려해야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툴레레이크 근처의 습지가 말라붙은 가운데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다. 주 당국에서는 지난해 8월 가뭄 해결을 위해 농부들이 강물을 지나치게 취수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한 물고기를 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툴레레이크 근처의 습지가 말라붙은 가운데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다. 주 당국에서는 지난해 8월 가뭄 해결을 위해 농부들이 강물을 지나치게 취수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한 물고기를 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연합뉴스]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사람과 생태계 사이 수자원을 배분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10억 명 안팎의 인구가 추가로 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물 스트레스는 환경에서 이용 가능한 수자원 중에서 인간이 취수하는 양의 비율로 정의된다. 문제는 이용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사람이 끌어올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용 가능한 수자원에서 생태계에 나눠줘야 하는 몫이 있는 만큼, 실제 물 스트레스는 생태계에 나눠주는 양(환경 유량)을 뺀 나머지 수자원에서 얼마나 취수하느냐로 따져야 한다. 환경 유량(Environmental Flow, EF)은 하천·강·습지·강변·하구 생태계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자원을 말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 페이지에 있는 글렌 캐년 댐에서 흘러내린 물이 콜로라도 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 주 페이지에 있는 글렌 캐년 댐에서 흘러내린 물이 콜로라도 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결국 전체 수자원에서 환경 유량을 제외하고 남은 수자원과 비교해서 취수량이 더 많다면 해당 유역의 인구는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생태계에 물을 배분하는 기준을 ▶생태계 보호 우선 ▶생태계에 최소 유량만 제공 ▶절충안 등 3가지로 제시하고, 각각의 경우 물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가 얼마나 될 것인지를 추산했다.

생태계 보호 우선은 매월 유량의 80%를 흘려보내고, 나머지 20%만 인간이 끌어다 쓰는 경우다. 절충안은 '가변 월별 유량' 방식인데, 유량이 적은 달은 40%만, 유량이 많은 달은 70%까지 취수하는 상황이다.
최소 유량은 월별로 상위 5%에 해당할 만큼 유량이 많을 때, 상위 5% 유량 기준을 초과한 만큼만 흘려보내는 경우다. 최소 유량만 제공할 경우 그만큼 생태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취수량 늘려도 평균 10억 명은 '물 부족'

지역별로 물 스트레스를 받는 개월 수와 인구. 맨위 지도는 생태계 우선 물 배분, 중간은 절충안, 아래는 최소 유량 제공 기준이다. 지도의 색깔은 왼쪽 위에 표시된 대로 연중 몇 개월 동안 물 부족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오른쪽 그래프는 물 스트레스 받는 기간(1~12개월)별로 스트레스 인구(단위: 100만명)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생태계 우선 물 배분을 했을 때 1개월 동안 물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는 32억 800만 명이고, 12개월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는 4억 9600만 명이란 의미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1]

지역별로 물 스트레스를 받는 개월 수와 인구. 맨위 지도는 생태계 우선 물 배분, 중간은 절충안, 아래는 최소 유량 제공 기준이다. 지도의 색깔은 왼쪽 위에 표시된 대로 연중 몇 개월 동안 물 부족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오른쪽 그래프는 물 스트레스 받는 기간(1~12개월)별로 스트레스 인구(단위: 100만명)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생태계 우선 물 배분을 했을 때 1개월 동안 물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는 32억 800만 명이고, 12개월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는 4억 9600만 명이란 의미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1]

연구팀은 이 같은 기준을 세계 각국에 적용한 뒤 1개월, 6개월, 1년 내내 물 스트레스를 받는 인구(2010년 기준)를 추산했다. 다만, 연구팀은 댐과 같은 시설을 지어 다른 유역으로 물을 보내는 경우는 스트레스 인구 산출에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생태계 보호 우선의 경우 세계 인구 가운데 32억 명이 1년에 최소 1개월은 물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19억 1600만 명은 6개월 이상, 4억 9600만 명은 1년 내내 물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월별로는 13억~23억 명이, 연평균으로는 18억 명이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절충안의 경우 24억 명이 1개월 이상, 11억 5400만 명이 6개월 이상, 1억 7400만 명이 1년 내내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6억~17억 명, 연평균으로는 11억 명이 물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달 13일 마다가스카르 안드로이 지역 치홈베의 마남보보 강. 마른 강바닥에 트럭 한 대가 주차돼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3일 마다가스카르 안드로이 지역 치홈베의 마남보보 강. 마른 강바닥에 트럭 한 대가 주차돼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최소 유량 제공의 경우는 22억 명이 1개월 이상, 9억 6400만 명이 6개월 이상, 1억 4900만 명이 1년 내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이 최대한 물을 끌어다 쓴다고 해도 월별로는 5000만~15억 명, 연평균으로는 10억 명이 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생태계 보호 우선과 최소 유량 제공 기준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1개월 동안, 혹은 6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인구가 10억 명 안팎으로 차이가 나는 셈이다. 1년 내내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도 기준에 따라 3억 4700만 명이나 차이가 난다.

생태계 보호 우선 기준을 적용하면 최소량 제공 때보다 물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3월에는 7억 1000만 명 많고, 6월에는 10억 명이 더 많다. 절충안을 적용하면, 최소량 제공 때보다 8월에 7200만 명, 4월에 2억 1800만 명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 보호 기준을 적용했을 때 물 스트레스를 받는 대다수의 사람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거주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인도는 1월에 최대 7억 100만 명(전 세계의 58%), 중국 북동부는 12월에 4억 100만 명(전 세계의 22%), 파키스탄은 10월에 1억 1100만 명(전 세계의 19%)이나 됐다.

한국인도 일부 물 스트레스 받아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 받는 인구 비율. 맨 위는 생태 우선 물 배분, 중간은 절충안, 아래는 최소 유량 제공의 경우다. 한국은 생태 우선 물 배분의 경우 맨 위 지도와 범례에서 보듯이 40~50% 인구가 한 달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절충안이나 최소 유량 제공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1]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 받는 인구 비율. 맨 위는 생태 우선 물 배분, 중간은 절충안, 아래는 최소 유량 제공의 경우다. 한국은 생태 우선 물 배분의 경우 맨 위 지도와 범례에서 보듯이 40~50% 인구가 한 달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절충안이나 최소 유량 제공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1]

한국의 경우 생태계 보호 우선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인구의 절반 정도가 최소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평가됐는 데 비해, 이스라엘의 경우 생태계 보호 기준을 적용하면 인구의 98.9%가 최소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최소량 제공 기준에서는 인구의 21.2%가 연중 최소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고, 생태계 보호 기준을 적용하면 46.7%인 6억 2410만 명이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경우도 생태계 보호 기준을 적용하면 인구의 19.8%인 6130만 명이 1개월 이상 물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소 유량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세계 인구의 32%가 연간 최소 1개월 동안 물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되고, 14%는 연간 최소 6개월 동안 물 스트레스에 직면한다"며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등으로 미래에는 생태계와 인간의 물 수요 균형을 맞추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환경 유량을 확보하는 것은 전 세계 담수 생물 다양성 손실 상황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인 만큼 수자원 소비 절약을 통해 사람과 생태계 사이에서 수자원을 균형 있게 할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지하수

2020년 세계 물의 날 포스터. 주제는 '지하수'다. [자료: UN Water]

2020년 세계 물의 날 포스터. 주제는 '지하수'다. [자료: UN Water]

한편, 유엔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1992년 제47차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고, 한국도 1995년부터 정부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유엔에서 정한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지하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Groundwater: making the invisible visible)'이다. 국내 물의 날 주제는 '하나 된 물,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