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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낙동강·금강 '녹조라테' 농작물…佛 기준치 11배 독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농작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8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양이원영 의원,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뉴스1]

농작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8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양이원영 의원,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종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뉴스1]

녹조(綠潮)가 발생한 낙동강과 금강의 물로 재배한 쌀·배추·무 등 농작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조 원인 생물인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농작물에 옮겨졌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서울 종로구 단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수집한 쌀(현미·10㎏)과 낙동강 중류 인근 밭에서 수확한 무(5㎏), 낙동강 하류 밭에서 수확한 배추(15㎏)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 의원이 참여했고,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가 분석을 맡았다.

분석 결과, 쌀에서는 ㎏당 1.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무에서는 1.85㎍, 배추에서는 1.1㎍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환경연합은 밝혔다. 낙동강·금강과 무관한 대조지역 농산물에 대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 기준치의 11.4배에 해당"

지난해 여름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농수로에서 관찰된 녹조. [환경운동연합]

지난해 여름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농수로에서 관찰된 녹조. [환경운동연합]

환경연합은 검출된 양과 대한민국 성인의 곡류·채소류 하루 평균 섭취량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9년 국민 영양통계 자료)를 활용해 쌀·무·배추 취식에 따른 마이크로시스틴의 하루 섭취량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체중 60㎏ 성인은 마이크로시스틴을 하루 0.685㎍/㎏(쌀 0.39㎍ + 무·배추 0.295㎍) 씩 섭취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 수치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의 간 경변 위험 권고기준(하루 섭취량 체중 1㎏당 0.384㎍ 이하)과 비교하면, 기준의 1.8배에 해당했다. OEHHA의 생식 독성 관련 권고기준(0.108㎍/㎏·일)과 비교하면, 6.3배에 해당한다는 게 환경연합 측의 설명이다.
또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 독성 관련 권고기준(0.06㎍/㎏·일)과 비교하면, 11.4배에 이르는 셈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비대 증상이나 만성 염증 같은 간 독성을 나타내고, 정자 수와 운동성의 감소, 고환 위축 등과 같은 생식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쥐에서 종양 전의 병변 촉진을 보여준 연구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시스틴-LR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농산물을 가열해 조리해도 독성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환경연합 측은 기자회견에서 "낙동강과 금강 주변 노지에서 재배한 작물을 분석한 결과, 4대강 등 이른바 '녹조 라테'로 뒤덮인 강물로 재배한 강 주변 농작물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또 "한국인 식생활의 기본인 쌀·배추·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우리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부의 광범위한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연합 측은 "해당 지역 농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산물 시료를 수거한 구체적인 지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먹거리 안전을 위해 오염된 농산물을 수거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지난해 8월부터 문제 제기 

지난해 여름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논에서 관찰된 녹조. [환경운동연합]

지난해 여름 낙동강 본포양수장 부근 논에서 관찰된 녹조. [환경운동연합]

이에 앞서 환경연합 등은 지난해 8월 낙동강, 금강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안전 기준치(8㎍/L)의 80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사실을 공개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실험 환경(녹조 물로 상추 재배)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작물에 축적된다는 사실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평가연구과 관계자는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로 확산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올해 시작할 예정이고, 낙동강 창녕함안보와 강정고령보 등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작물의 경우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어서 직접 조사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실린드로스퍼몹신' 독소도 검출

지난해 8월 낙동강에서 녹조 시료를 채수하는 장면. [환경운동연합]

지난해 8월 낙동강에서 녹조 시료를 채수하는 장면. [환경운동연합]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해 8월 낙동강과 금강 물 시료를 대상으로 남세균 독소의 하나인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s)을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실린드로스퍼몹신 역시 신장·간 등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낙동강 16곳과 금강 5곳 등 21개 지점에서 모두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됐다. 이 중 8개 지점은 미국 환경보호국(EPA) 물놀이 금지 가이드라인(15ppb)을 초과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우안(右岸)에서는 26.58ppb가, 금강 용두양수장 인근에서는 48.74ppb가 검출됐다.

이와 함께 경북 고령군의 지하 관정에서 채수한 지하수에서도 2.64ppb가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성인의 경우 3ppb, 유아는 0.7ppb가 넘는 실린드로스퍼몹신이 포함된 식수를 10일 이상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0.7ppb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승준 교수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과일 등에서도 독소가 축적된다는 연구 사례가 많기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틴 등이 하루에 얼마나 우리 몸에 들어오는지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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