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 녹조 독소 농축…먹이로 착각한 물벼룩 죽일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11.17 06:00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에서 발생한 남조류 녹조. [김성태 프리랜서]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에서 발생한 남조류 녹조. [김성태 프리랜서]

미세플라스틱이 물속 유해 물질을 흡착하고 농축한다는 사실은 최근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번에는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의 독소를 미세플라스틱이 흡착하고, 물벼룩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삼킬 경우 치사량에 이르는 독소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로버트거든 대학과 독일·브라질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한 논문에서 "녹조 독소 용액에 미세플라스틱을 담갔을 때 독소가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먹이사슬 거치며 생물 농축 일어날 수도 

지난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은 표면 대(對) 부피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독성 화합물의 이동식 저장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오염 물질이 흡착된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 동물성 플랑크톤, 갑각류와 같은 수생 생물이 섭취할 경우 먹이사슬에 들어갈 수 있고, 미세플라스틱에 붙어있던 오염물질이 장(腸)에서 떨어져 나와 체내에 축적되면 생물 농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 농축은 먹이사슬을 따라 위로 갈수록 오염물질이 점점 더 많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또 "남조류의 녹조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고, 남조류의 2차 대사 산물인 독소도 수중 환경에서 자주 검출이 된다"며 "대표적인 남조류 독소가 마이크로시스틴(MC)"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화학 구조의 차이에 따라 240종 이상이 있으며,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MC-LR이다. 마이크로시스틴 중에는 MC-LR과 유사한 수준의 독성을 나타내면서도 소수성(疏水性,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띠어 미세플라스틱에 잘 흡착되는 MC-LF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먹는물 내 전체 마이크로시스틴의 최대 허용 수준을 L당 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정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의 구조. 왼쪽 MC-LR은 아미노산 종류인 아르기닌(초록색으로 표시)과 류신(파란색 표시)을 갖고 있다. 오른쪽 MC-LF는 아르기닌 대신 페닐알라닌(붉은색 표시)이 붙어있다. MC-LF는 페닐알라닌 인 때문에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소수성을 가지며, 플라스틱에 잘 흡착된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마이크로시스틴의 구조. 왼쪽 MC-LR은 아미노산 종류인 아르기닌(초록색으로 표시)과 류신(파란색 표시)을 갖고 있다. 오른쪽 MC-LF는 아르기닌 대신 페닐알라닌(붉은색 표시)이 붙어있다. MC-LF는 페닐알라닌 인 때문에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소수성을 가지며, 플라스틱에 잘 흡착된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1]

MC-LF가 플라스틱에 더 잘 흡착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 연구팀이 해양에서 채집한 미세플라스틱.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 연구팀이 해양에서 채집한 미세플라스틱.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실험에서 MC-LR과 MC-LF의 농도는 mL당 5㎍이 되도록 하고, 폴리스타이렌(PS),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등 4종류 미세플라스틱은 L당 10g이 되도록 넣었다.
실험에 사용한 미세플라스틱은 크기를 1~5㎜, 0.25~0.5㎜, 0.09~0.125㎜ 등 세 가지로 달리했고, 용액의 수소이온 농도(pH)도 2, 5, 7, 9, 11로 달리해 실험했다.

온도를 25도로 유지한 상태에서 어두운 곳에서 48시간 동안 플라스크를 흔들어 준 결과, pH 7 조건에서 0.09~0.125㎜ 크기의 폴리스타이렌 미세플라스틱 1g에는 MC-LR이 22.1㎍, MC-LF는 119.54㎍이 흡착됐다.
폴리스타이렌에 흡착된 MC-LF의 농도는 당초 물속에 넣어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의 거의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악 시나리오에선 치사량 도달

물벼룩(Daphnia magna). [위키피디아]

물벼룩(Daphnia magna). [위키피디아]

와편모조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 붉은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적조를 일으키는 종류인 와편모조류는 광합성도 하지만, 세균이나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기도 한다.

와편모조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 붉은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적조를 일으키는 종류인 와편모조류는 광합성도 하지만, 세균이나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기도 한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이 미세플라스틱 입자에 흡착된 상태로 생물체의 장으로 들어가고, 장에서 모든 마이크로시스틴이 떨어져 나와서 모든 독소가 생물학적으로 활성이 나타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이 경우 물벼룩(Daphnia  magna)이 기존 연구처럼 21일 동안 최대 15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연구팀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물벼룩이 MC-LF를 흡착한 미세플라스틱 입자 15개를 섭취할 경우 치명적인 수준의 독소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흡착이 덜 되는 MC-LR의 경우는 치사량에 도달하지 않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팀은 "이 예측이 여러 가정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먹이사슬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먹이사슬에서 영양 단계가 올라갈수록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조류 독소가 먹이사슬로 들어가는 경로가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종류와 크기, 마이크로시스틴의 종류에 따라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마이크로시스틴의 매개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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