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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해치는 녹조라떼 독소…英연구팀이 개발한 조기탐지법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금강 하굿둑에서 발생한 짙은 녹조. 사진 김종술

지난 8월 금강 하굿둑에서 발생한 짙은 녹조. 사진 김종술

낙동강·금강 등의 녹조 발생 때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 독소가 다량 검출되면서 시민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시아노박테리아 종(種)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이 영국 연구팀에 의해 개발돼 시선을 끌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 생명과학부 연구팀은 최근 '분석 화학(Analytical Chemistry)'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고해상도 고유 질량 분광법(native mass spectrometry)으로 남조류 단백질을 분석하면 종에 따라 특이한 단백질 지문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남조류가 대대적으로 번식해 녹조를 형성하기 이전에도 유해 남조류가 존재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는 광합성을 하지만 세포에 핵막이 없는 원핵생물로 남세균 또는 남조류(blue-green algae)로 불린다.
30여 종의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생성한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질량 분광법은 단백질의 분자량을 결정하는 매우 정교한 방법이다.
시료 속의 단백질을 이온화해 전하를 띄게 한 다음 전기장을 통과시키고, 질량과 전하의 비율(m/z)에 따라 나타나는 특성으로 단백질의 질량을 추정한다.

버밍엄대 연구팀이 사용한 고유 질량 분광법은 생물체에서 나온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변형시키지 않은 상태로 분석해 단백질 사이의 작은 차이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남조류 단백질 분석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남조류 단백질 분석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구팀은 피코시아닌과 알로피코시아닌 등 남조류 세포 내 단백질(피코빌리프로테인, phycobiliproteins)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고유 질량 분광법으로 여러 개의 단백질 소단위(subunit)가 합쳐진 단백질 복합체의 질량 스펙트럼 '지문'을 관찰했고, 이를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하고, 최종적으로 남조류 종을 식별해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유해 조류 대발생(HAB) 기준으로 강·호수 물 시료 속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2만 개 이상일 때로 정했는데, 연구팀은 mL당 5000개 수준에서도 시료를 농축·분석하면 남조류 단백질을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유해 남조류를 분석하는 데 사용됐던 '기질 보조 레이저 탈착/이온화 질량 분광법(MALDI MS)'의 경우 남조류 분석에 200만 개의 세포가 필요했지만, 새로 적용한 고유 질량 분광법에서는 25만 개의 세포만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고유 질량 분광법이 기존 방법에 비해 10배 정도 민감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장마가 끝나고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지난 7월 하순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일대 대청호 위를 녹조가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가 끝나고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지난 7월 하순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일대 대청호 위를 녹조가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또 "자연계에는 여러 남조류가 뒤섞여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 종이 특색 있는 지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유 질량 분광법을 사용한다면 여러 남조류를 한꺼번에 식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남조류를 대상으로 고유한 단백질 질량 분광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는다면, 강·호수에서 관찰된 남조류가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남조류 종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낙동강·금강에서 남조류 독소를 분석하고 있는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는 "현재 환경부에서는 유해 남조류를 4종만 지정하고 있고, 현미경으로 유해 남조류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미경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확도가 30~50% 수준으로 낮아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질량 분광법으로 유해 남조류가 조기에 식별되면, 그때부터 남조류 독소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식으로 모니터링한다면 독소로 인한 시민 건강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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