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7시 크레인으로 음식 날랐다…매각 앞둔 조선사 대표 생파

대한조선 전경. 사진 대한조선

매각이 진행 중인 한 중견 조선업체에서 대표의 생일 파티를 위해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크레인 등을 동원한 사실이 알려졌다.

23일 KBS와 대한조선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7시 전남 해남 중견 조선업체인 대한조선의 대표이사 정모씨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평소 업무시작 시간보다 1시간 앞서 열린 이날 행사는 건조 중인 선박 선실 식당에서 진행됐다.

생일 파티에는 생산직 등 직원들이 참석해 "사랑하는 사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축하 편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특히 생일 파티에 쓰일 음식과 물품을 옮기기 위해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크레인이 동원됐다. 배 바닥에서 선실 식당까지는 약 28m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생일 파티를 위해 전날 오후 관리자들까지 투입돼 땡볕에 달궈진 선내를 치우고 냉방 시설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벽부터 생일 파티 음식을 준비한 영양사들은 현장에서 편지까지 읽으며 대표의 생일을 축하했다"며 "회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대표 생일 파티는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매일 현장을 점검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해주는 사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생산부서장들이 주관해서 선박에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대표이사 정씨도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런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직원들에게 이야기해놓고 저도 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조선은 2009년 경영 부실로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갔다가 1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