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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학생, 잊히지 않는 기억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2호 21면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조용호 지음
민음사

어떤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소설가 조용호에게는 대학 시절 운동권 학생의 충격적인 죽음이 그런 기억이다. 누군가는 투신했고 누군가는 생사를 알 길이 없다.

그럴 때 살아남은 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조용호의 결론은 남김없이 모두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말한 파레시아(parrhesia)라는 개념이다.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기억으로 고통스러운 내면을 바로잡고, 자신이라는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소설에서 그런 역할을 예순을 바라보는 김우연에게 맡겼다.

학창 시절 그는 야학 동료 여학생 강하원 혹은 송연희(신분 위장 가명이다)와 도피하던 중  순금 같았던 열흘 남짓을 보낸다. 그런데 하원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당국에 끌려가 해코지라도 당한 것일까.

하원을 쏙 빼닮은 딸뻘 여성 희연과 하원의 행방을 집요하게 수소문하는 과정이 소설의 큰 줄기다. 소설은 이른바 후일담 문학인가. 진행형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을 교차시켜 단순한 과거 회고에서 벗어난다. 조용호는 멈추지 않는다. 시야를 확장한다. 모든 죽음은 의문사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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