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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앞두고 '3만명 확진' 쇼크…또 고개 떨군 리오프닝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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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수요 회복에 목말랐던 항공, 여행 업계가 또 한 번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의 재공습이 시작되면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요에, 휴가철 특수까지 기대가 컸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다. 주가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거리 두기 같은 고강도 방역 대책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확진자 증가가 이동 심리를 제어하는 건 분명하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도 부담을 더한다.

지난 6월 30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캐나다행 항공편 체크인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캐나다행 항공편 체크인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7360명. 두 달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신규 확진자 수는 3월 중순 6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6월 말 3000명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방향을 틀었다. 1주 단위로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관측된다. 오미크론 대유행 초기인 1월 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고, 얼마 뒤 확진자 수는 폭증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의 확산이 주요인이다. 기존 우세종(BA.2)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 가능성도 큰 게 특징이다. 빠르면 8월 중순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자 리오프닝 관련주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0.64% 하락하고, 코스닥은 0.72% 상승했다. 급락장을 연출했던 6월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각각 6.2%, 9.6% 뒤로 밀렸다. 대한항공은 12일에만 2.1%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깼다. 저비용항공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 방역 정책이 강화되고, 여행 심리도 꺾일 거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6월 항공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증가했지만, 예년(2019년 6월)과 비교하면 2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성수기를 앞두고 증편에 착수하면서, 공격적인 여객 확대를 모색해 온 항공사들은 일단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운임과 수송량 증가로 단기적인 실적 개선은 명확하나, 중장기 수요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 재확산 우려는 수요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폐지 등 규제 완화도 당분간은 얘기를 꺼낼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그동안 실적을 견인한 화물 수요마저 경기 침체 여파로 꺾일 거란 전망이 많다. 여객 수요 둔화가 더 부담스러운 이유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휴가철 대목을 기대했던 여행·카지노 업계에서도 탄식이 쏟아진다. 이달 들어 하나투어 주가는 10.9%, 모두투어는 9.7% 하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여름을 시작으로 다시 일 좀 하는구나 싶었는데 또 코로나라니 충격이 크다”며 “당장 예약을 취소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예감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 카지노 업계도 어렵다. 이달 들어 강원랜드 주가는 6.5%, 파라다이스는 8.5%, 롯데관광개발은 10.7% 하락했다. 여행·카지노 업계는 지난 2년간 적자가 누적돼 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또 한 번 악재를 만난 셈이다.

중국 상하이 봉쇄로 인한 충격을 딛고 지난달 반등을 시작했던 화장품주 역시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상승세가 꺾였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6월부터 판매와 마케팅 활동이 재개됐지만, 화장품 실적 회복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명동의 식당가에 메뉴와 가격표가 안내되어 있다. 뉴스1

4일 서울 명동의 식당가에 메뉴와 가격표가 안내되어 있다. 뉴스1

물가 상승도 수요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6%대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이다. 고유가를 바탕으로 식료품, 서비스까지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물가 상승이 진행 중이다. 강한 인플레이션은 가계 소비력 약화로 이어진다. 아직은 소비 둔화가 소비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결국은 서비스 부문도 피하기 어렵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와 주식시장이 살아나려면 물가가 잡혀야 하고, 그래야 소비자의 구매력이 개선되고, 중앙은행도 긴축을 멈출 수 있다”며 “하지만 물가가 잡히기 전 수요가 깨지는 과정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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