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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공모가 절반으로 추락한 게임 1위…반등의 조건은?

중앙일보

입력

투자자 입장에서 상반기는 정말 최악의 구간이었습니다. 대형주와 소형주, 내수주와 수출주, 가치주와 성장주 뭐 딱히 구분할 것도 없었죠. 죄다 고꾸라졌으니까. 상반기 코스피가 21.7% 빠지는 동안 미국 S&P500 지수도 20.6% 하락.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였죠.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던 건 성장주의 몰락인데요. ‘얘들 자라는 맛에 주식 한다’던 많은 투자자가 좌절을 경험. 금리 인상의 삭풍 앞에서 거품은 후~ 국내에선 게임주가 제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KRX 게임 K-뉴딜지수(국내 게임 대표기업 10종목으로 구성한 지수)는 6월 30일 800선마저 붕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 약간 반등했지만 직전 최고점(2021년 11월 18일, 1735.33)과 비교하면 약 7개월 만에 52%가량 하락한 겁니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실제로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같은 게임회사의 주가는 상반기 대부분 반토막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금리가 오르면 게임 같은 성장주는 자금 이탈을 피하기 어려운데요. 뜨거웠던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열풍이 놀랍도록 무서운 속도로 식은 영향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게임회사의 미래라고 했던 키워드죠. 오늘은 크래프톤을 봅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지난해 8월 한 차례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공모가 거품 논란을 딛고, 주가가 반등하던 시기였죠. 워낙 실적이 좋아서 머지않아 공모가(49만8000원)를 회복할 거라고 전망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3개월 뒤 56만원대까지 치고 올라갔죠. 웃음은 잠깐, 2022년의 이 충격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죠. 여전히 분위기는 좋지 않은데요. 증권사도 속속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그럼 외면? 아니요. 내릴 만큼 내렸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게임 잘 모르는 분들에겐 여전히 생소하겠지만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중 시총 1위.FPS(1인칭 슈팅게임, 쉽게 말해 총싸움) 배틀그라운드(배그)가 주력 상품이죠. 덩치야 블리자드 같은 글로벌 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배그 하나만큼은 글로벌 역작(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 같은 느낌이랄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약 2조원인 매출, 배그가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연초 이후 크래프톤 주가가 급격한 내리막길을 탄 건 전 세계적인 약세장이나 금리 인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게임회사는 게임을 잘 만들면 그저 ‘갓’이죠. 그런데 지난해 11월 출시한 ‘뉴스테이트 모바일’이 흥행에 실패. 글로벌 사전예약자가 5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기대를 엄청나게 했으나. 그랬으나. 성적표는 완전히 정반대였는데요. 회사는 “공모가가 제값이란 걸 제대로 보여줄게”라고 생각했겠지만 유저들의 생각은 달랐죠. “배그랑 뭐가 달라…”

뉴스테이트. 크래프톤

뉴스테이트. 크래프톤

뉴스테이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잘 버틴 1분기와 달리 2분기 실적을 낙관하기 힘든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통상 방학 등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2분기는 게임업계의 비수기로 꼽히는데요. 실제로 증권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소폭 감소할 거로 전망. 다행히 3분기부터는 중국 모바일 매출이 살아나고, 업데이트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인데요. 지난해 하반기에도 성장형 무기나 나만의 상점 같은 콘텐트 업데이트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게임회사는 게임을 잘 만들면 됩니다. 그냥 잘 만들면 안 되고, 유저를 아주 홀려야 하는데요. 그래야 그 게임 하나가 10번의 실패를 막아주는 구조. 뉴스테이트의 실패는 실망스럽지만, 다행히 다음 후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12월 2일 출시가 확정된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Callisto Protocol)’입니다. 크래프톤의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가 개발 중인 PC·콘솔 게임.

기대가 큰 건 호러 장르의 대표 게임인 데스 스페이스 시리즈의 개발자였던 글렌 스코필드가 총괄 디렉터를 맡았기 때문. 지난 6월 ‘레지던트이블4’, ‘바이오하자드빌리지’ 같은 글로벌 IP와 함께 공개했는데 평이 아주 좋았습니다. 8월과 9월 대규모 게임행사에 추가로 영상을 공개할 예정인데 출시가 다가올수록 관심이 커지겠죠. 증권가는 12월에만 150만~200만장의 판매를 예상하는데 이 정도라면 전체 매출을 5% 이상 끌어올릴 요인!

칼리스토 프로토콜. 크래프톤

칼리스토 프로토콜. 크래프톤

무엇보다 가격 매력이 생겼습니다. 금리 인상 이슈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본다면 현재 가격은 조금 달리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지요. 고평가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지금은 다른 글로벌 게임사와 비교해도 PER이 낮은 수준.(올해 예상 실적 기준 16배) ‘향후 신작 개발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나,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면 연말까지 1000억 중반대의 분기 영업이익 유지는 가능할 전망’(삼성증권)

2분기 실적 발표 전이긴 해도 매출이든 이익이든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과도한 하락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죠.

크래프톤은 약점이 있습니다. '배그가 전부'란 건 모두가 지적하죠.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게임은 진입장벽이 높죠. 새 게임이 치고 들어갈 공간이 좁다는 건 성공한 게임의 지배력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배그의 파워가 압도적이라면 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니란 얘기죠.

칼리스토 프로토콜. 크래프톤

칼리스토 프로토콜. 크래프톤

그럼에도 배그2, 배그3는 필요합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성공은 그런 고질적인 ‘ONE IP’를 탈출하고, 몸값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텐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크래프톤의 매출은 모바일이 60%, PC가 23%, 콘솔 16%. 다양한 플랫폼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죠. 해외 매출이 약 90%에 달하는 것도 강점입니다. 물론 아시아, 특히 중국 비중이 큰데 텐센트의 지배력이 너무 커서 아쉽긴 해도 중국 시장(배그 모바일 ‘화평정영’)에선 일단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북미, 유럽 비중도 점차 커지는 추세.

넥스트 중국으로 주목 받는 인도에서의 선전도 고무적입니다. 인도의 게임시장은 2019년 11억 달러에서 올해 28억 달러로 연평균 40%씩 성장.(KOTRA) 코로나 락다운 때문에 게임 플랫폼에 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는 데요. 크래프톤이 지난해 7월 출시한 배그 모바일 인도(BGMI)은 최근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명을 돌파. 여전히 현지 앱스토어에서 1~2위를 다투는 중.

크래프톤은 올해 초 NFT와 메타버스 분야로의 확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시장 상황이 워낙 냉골이라서 이 이슈는 시간을 두고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한번쯤 쳐다볼 만한 가격

이 기사는 7월 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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