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침에 침 세번 뱉어보세요, 당신의 우울증 알수 있습니다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병원리포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우울증 및 자살과 관련한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의 종합 평가를 위한 심리 평가도구를 개발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회복 탄력성 등 지표를 활용한 고위험 우울증 상관 분석이 가능해져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학대·따돌림·가정폭력) 등 심리·사회적 요인과 회복 탄력성의 상호 연관성을 밝히고,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Frontiers in Physics’에 발표했다. 회복 탄력성은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집한 73명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울 증상, 자살 위험성, 정신 건강의 취약·보호 요인 평가 자료를 활용해 정신 건강이 양호한 집단, 우울증 위험 집단, 질병과 건강한 상태의 경계에 있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세 집단을 대상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신경 내분비계(HPA) 축의 기능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타액(침) 속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석했다. 아침 기상 직후부터 30분 간격으로 총 3회 타액을 모은 후 타액 속의 코르티솔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따랐다.

회복 탄력성 높을수록 코르티솔 증가

일반적으로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량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혈압을 유지하고 전해질의 균형을 도우며 에너지의 저장을 촉진한다. 또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심폐 활동을 증진해 더욱 민첩하고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을 한다. 연구결과, 아침 기상 후 코르티솔 농도의 총합은 우울증 위험 집단이 정신 건강이 양호한 집단보다 유의하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증이 심할수록 아침 신체 기능이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 상태가 부족해지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아침 기상 후 30분 동안 증가하는 타액 코르티솔의 양은 회복 탄력성이 높은 그룹이 보통 혹은 낮은 그룹보다 많은 양상을 보였다.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이 아닌 유전·생물학적 특성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중 자살 위험이 있는 고위험 우울증 환자는 질환 초기에 신속한 치료를 통해 극한 상황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를 주도한 석정호 교수는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현장에서 우울증은 설문지를 이용한 자가 보고식 우울 증상 평가와 진료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표준적인 진단 절차였다”며 “이번 연구로 우울증의 진단과 마음 건강 상태의 특성을 평가하는 영역에서 타액 코르티솔 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지표 평가가 가능해져 과학적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