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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섬 철수 분풀이?…러軍, 오데사 폭격에 최소 18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오데사 인근 세르히우카 마을의 한 건물.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오데사 인근 세르히우카 마을의 한 건물.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한밤중에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 지역의 아파트와 리조트에 미사일 폭격을 가해 최소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오데사항 인근 세르히우카 마을에서 9층짜리 아파트와 리조트 건물이 러시아군의 폭격에 당해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키릴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사망자 중 어린이 2명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오데사 재난당국 관계자인 이호르 부달렌코는 현지 TV에 출연해 "미사일 폭격을 받은 곳에서 현재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건물 일부가 무너져 사람들이 잔해에 깔렸다"며 "폭격당한 건물에는 152명이 살고 있었고, 지금까지 41명이 구조됐다"고 전했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이날 오전 1시쯤 흑해 방향에서 KH-22(부랴) 미사일을 발사해 주거지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KH-22 미사일은 TU-22와 TU-95 등 전략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공대함 미사일로 지난달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의 크레멘추크 쇼핑몰을 공습할 때 이 미사일이 쓰였다. 당시 러시아는 약 1000명이 모인 쇼핑몰을 공격해 민간인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 평화 협상단장을 맡은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에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영상을 올리며 "러시아는 실수하지 않는다. 이 공격은 실수가 아니라 테러 전략이다.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흑해에 접한 항구도시인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류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4월 23일에도 이곳에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이 떨어져 생후 3개월 된 영아를 포함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5월 9일 역시 러시아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해 오데사의 호텔 2곳과 쇼핑몰을 폭격한 바 있다.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지상군 화력을 집중하면서도 다른 지역의 주요 도시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소련제 미사일로 폭격을 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보름간은 미사일 폭격 양이 2배로 늘어났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민간인 수천 명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했으나, 러시아는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고 군사시설만 타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가 흑해 최대 요충지로 꼽히는 '즈미니섬'(뱀섬)에서 철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군의 끈질긴 공격을 견디다 못해 밀려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최근 돈바스 외 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 빈도를 높이고 있지만, 하필 뱀섬과 가까운 전략 항구인 오데사항 인근 지역을 폭격했다는 점에서 뱀섬 철수의 분풀이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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