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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경기지사의 득과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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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개표 방송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쥘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엎치락뒤치락. 지난 경기지사 선거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해와 함께 승부의 결말이 났다. 정치 신인인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당선인이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0.14%포인트 차로 이겼다.

김 당선인의 행보는 역대 당선인들과 달랐다. 첫 외부 일정으로 현충원이 아닌 남양주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찾아 실사구시 정신을 언급했다. 남경필·이재명 두 전직 경기지사를 만나 조언을 얻었고, 오세훈 서울시장·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과 협력을 약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해 눈물을 쏟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환담을 했다.

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뉴스1]

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뉴스1]

인수위원회는 측근 인사나 정치색을 빼고 각계 전문가로 채웠다. 이례적으로 당선인 신분으로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해 “국민의힘 인사를 인수위원으로 추천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런 그에게 ‘정치’라는 꼬리표가 단단히 붙었다. 전직 대통령 사저 방문은 ‘당내 지지기반 강화’로, 고향인 충청권 방문은 ‘민심 얻기’로 둔갑했다. ‘협치’는 여야가 78대 78로 동률을 이룬 경기도의회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급기야 “경기 도정 챙기라고 뽑았더니 중앙 정치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김 당선인도 이 꼬리표를 부담스러워한다. 전직 대통령·경기지사 등을 만난 건 “정치 초짜라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고, 배우기 위해”, 국민의힘과 협치 등은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을 실행하는 것”인데 확대 해석이 계속된다는 거다. 김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이 틈나는 대로 경기도 전역을 누비며 도민들을 만나고, 비상경제대응TF를 직접 지휘하는 등 새로운 민선 8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정치적인 부분만 강조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차기 대선주자’라는 왕관 때문이다. 역대 경기지사들이 모두 대권 잠룡으로 분류됐고, 이재명 전 지사의 경우 결선에 올라 격전을 치렀다. 김 당선인도 당선과 함께 단박에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기도민이 뽑은 것은 ‘대선주자’가 아닌 ‘경기지사’다. 이 전 지사의 대선 출마로 도지사직이 8개월째 빈 상황에서 지역 경제는 악화했다. 경제전문가인 김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큰데 현안 챙기기가 아닌 정치가 이어지니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선 8기 경기 도정의 슬로건은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다. “정치 개혁과 정파, 이념을 뛰어넘는 도정으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김 당선인의 의지가 담겼다고 한다. 민생과 협치를 내세운 김 당선인에 대한 도민의 기대치가 높다. 정치가 아닌 진짜 일을 하는 도백(道伯)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