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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학 입학생 감소분, 반도체학과 증원으로 활용하자”

중앙일보

입력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이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대학 입학생 감소분을 반도체 학부 인력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국 20개 일반대학원에 반도체학과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15일 열린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창립 20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의 얘기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에 반도체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한 진단으로 말문을 열었다.

연간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 수요와 공급. 그래픽 신재민 기자

연간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 수요와 공급. 그래픽 신재민 기자

〔인터뷰〕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박 학회장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조사를 인용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반도체 대기업 3사는 연평균 6500명의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며 “별개로 29개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매년 3127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178개 반도체 관련 기업 중 32개사의 인력 수요가 9600여명 정도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내 대학은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어느 정도 배출하고 있을까.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간 국내 대학이 육성 가능한 최대 반도체 인력은 넉넉히 계산해도 6000명에 못 미친다. 이들 중 일부가 반도체 이외의 다른 분야를 전공을 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반도체 인력은 3648명가량이 배출된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이를 종합하면 매년 60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추가로 양성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최근 정·재계 화두 중 하나인 반도체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문희철 기자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최근 정·재계 화두 중 하나인 반도체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문희철 기자

“20개 대학원 반도체 프로그램 신설해야”

문제는 어떻게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느냐다. 대학이 반도체 전공자를 늘리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을 확대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잘해야 한다”며 질타하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학에 대한 규제(수도권정비계획법)가 걸림돌”이라며 “파격적인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학회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수정하지 않고 반도체 학과 인력을 늘리는 아이디어를 꺼냈다. 그는 “저출산 여파로 전국 대학에서 입학생이 감소하고 있는데, 입학생 감소분을 반도체 학부 인력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총량 제한을 수정하지 않고 반도체 인력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입학생 수(48만7533명)는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렇게 인력을 양성할 경우 부실한 교육 프로그램이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 그는 “졸업생의 반도체 기업 취업률과 반도체 전공 트랙 운영 여부, 전임교수 비율 등 교육부가 반도체 학과 신·증설 요건을 엄격히 관리한다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창립 20주년 행사가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문희철 기자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창립 20주년 행사가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문희철 기자

출생아 수 감소가 지방대 폐교를 부채질하는 상황도 반도체 인력 양성과 맞물려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박 학회장의 주장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반도체 전공 학부 신설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반도체 인력 증설 비율은 5대 5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 20개 일반대학원에 반도체학과 프로그램을 신설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미 도입한 인공지능(AI)대학원 모델과 유사하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비수도권 대학 10개와 수도권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선정해 반도체 전공 트랙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박재근 학회장은 “인력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양성할 수 없는 영역인데, 지금 상태라면 10년 뒤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분은 3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반도체 인력 양성에 적극 투자해 반도체 산업은 물론 소재·부품·장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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