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GDP의 41%’ IPEF 출범…“韓, 빠지면 손해”라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17:22

업데이트 2022.05.23 18:21

정부가 역내 최대의 경제 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참여한다. IPEF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13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통상 플랫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살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들어가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둬야 한다”는 게 정부와 국내 전문가의 판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일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행사에서 참여국 정상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일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행사에서 참여국 정상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는 23일 일본에서 열린 IPEF 출범 정상회의에서 IPEF 참여를 공식 확정했다. 한국은 미국, 일본, 호수,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7개국(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3개국과 함께 IPEF의 출범국으로 향후 진행할 통상 협의에 참여한다. 참가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40.9%를 차지하고, 한국과 이들 국가의 교역 규모는 3890억 달러(약 491조원)에 이른다.

IPEF는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무역협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다른 나라의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울 때, 반대로 한국 시장에 다른 나라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울 때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맺어 문턱을 낮추는 방식의 통상 정책을 펴 왔다. 올해 초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정부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이런 성격을 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와 달리 IPEF는 디지털·친환경 등 새로운 산업 분야가 생겨나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서 새로운 ‘룰(규칙)’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가지 분야의 ‘규범’과 ‘협력 체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IPEF 참여하면 뭐가 좋나

우선 IPEF 참여를 통해 한국이 취약점을 보였던 반도체·에너지·광물 등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에 대한 역내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별 국가 간 무역에서는 무역협정이라는 국제 규범이 있지만, 공급망에는 별도에 규칙이 없다. 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많이 반영할수록, 향후 공급망 교란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 관련 공급망에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논의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다. 공급망 차질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 기업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론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란 구상이다.

국제통상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뒤늦게 참여하기로 한 CPTPP는 대부분의 규범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고, 그래서 실기(失期)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정형화되지 않은 공급망 관련 규정에 최초 협의 국가로 참여하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그는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디지털 분야는 기술표준이 중요한데, IPEF가 주요국 간에 기술표준을 정하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다면 반도체 분야 등 한국에 유리한 표준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Korean Air And Space Operations Center)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2일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Korean Air And Space Operations Center)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산업부는 IPEF를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터·청정에너지 등 분야의 한국 기업과 미국·일본 등 주요국 간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공동 프로젝트 참여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배제 우려 있지만…‘안미경중’은 옛말

미국 주도의 IPEF가 중국에 대한 견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전문가는 IPEF 참여의 실익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반발로 한국이 받을 부정적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한국의 이해관계를 규범에 반영해 둬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앞으로 세계 경제가 변화하는 큰 흐름인 디지털과 청정에너지(탄소중립) 관련 구조조정·기술개발·인프라 투자 등 논의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과거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 상황은 그 말이 맞지 않고 ‘안미경익(안보는 미국, 경제는 국익)’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공급망 사태에서 봤듯이 특정국을 배제해서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진다고 하면 국익에도 피해가 많이 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IPEF 정상회의 직후 열린 제1차 IPEF 장관회의에서 각국 통상장관은 오는 6월부터 세부 의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을 바탕으로 향후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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