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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살족, 마트 매대 바꾼다…수입산 밀어낸 韓파프리카 어떻길래 [혼잘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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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남 진주시 지수면 파프리카 농장에서 박삼섭씨가 라온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라온은 국내산 파프리카 품종으로 해외 품종에 비해 작지만 당도가 높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강기헌 기자

경남 진주시 지수면 파프리카 농장에서 박삼섭씨가 라온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라온은 국내산 파프리카 품종으로 해외 품종에 비해 작지만 당도가 높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강기헌 기자

초록색 파프리카 열매는 꼭지부터 샛노랗게 익어갔다. 지난달 14일 찾은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자리한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농장은 규모만 1만6528㎡(약 5000평)에 달했다. 내부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할 만큼 길고 넓었다. 이곳에서 자라는 파프리카는 국내 개발 파프리카 품종인 라온. 수입종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당도는 높다. 막 딴 라온을 한입 베어 물자 오이처럼 입안에 과즙이 돌았다. 2017년 라온 농사를 시작한 농장주 박삼섭씨는 “크기가 적당해 각종 요리에 넣기도 좋고 생으로 먹어도 맛이 좋아 인터넷 주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작은 크기로 상품성이 없던 라온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혼살족’(혼자 사는 사람들) 덕분이다. 라온은 대형마트에서 인기다. 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라온 150t 중 절반은 이마트가 사들여 200g 단위 소포장으로 나눠 판매한다. 이마트 내 파프리카 판매량 중 라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3%에서 올해에는 17%로 늘었다. 라온 매출도 증가세다. 2019년 22억원을 기록한 라온 파프리카 매출은 지난해에는 2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4월말 기준으로 라온 파프리카 단일 매출이 10억원을 돌파해 전년 대비 57.7% 성장했다. 익숙함이 무기인 채소 매대에서 단숨에 성장한 품종은 라온이 처음이다. 김갑곤 이마트 채소 바이어는 “라온 파프리카는 크기가 작고 당도가 높아 혼살족에 적합하게 개량된 품종”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 파프리카 농장에서 박삼섭씨가 라온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라온은 국내산 파프리카 품종으로 해외 품종에 비해 작지만 당도가 높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강기헌 기자

경남 진주시 지수면 파프리카 농장에서 박삼섭씨가 라온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라온은 국내산 파프리카 품종으로 해외 품종에 비해 작지만 당도가 높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강기헌 기자

대형마트 소포장 늘리는 혼살족

혼살족은 대형마트 매대를 바꿔놓고 있다. 라온과 같은 소형·소포장 상품은 마트 판매대를 잠식하는 중이다. 소포장 상품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가 혼살족을 겨냥해 만든 소포장 상품 하루채소는 2019년 16종에 불과했지만 25종으로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하루채소 중에선 깐마늘과 양파, 대파가 인기가 많다”며 “대파와 양파는 보관이 어렵고 결국에는 썩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아 혼살족이 단골 고객”이라고 말했다. 하루채소는 매년 30%가 넘는 매출 증가를 기록하는 중이다.

롯데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소포장 쌀. 소용량 시리즈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증가했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소포장 쌀. 소용량 시리즈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증가했다. [사진 롯데마트]

소포장 곡물도 혼살족을 등에 업고 성장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최근 선보인 곡물 소용량 시리즈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증가했다. 소용량 시리즈는 쌀 등을 450g 단위로 포장해 운반과 보관 편이성을 높인 상품이다. 박여경 롯데마트 건식품팀장은 “혼살족 증가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가 시장에 유입됨에 따라 식생활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원하는 품종의 쌀을 골라 먹을 수 있어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에어컨, 주방가전도 1인용으로 

혼살족의 힘은 생활가전 시장도 바꿔놓는 중이다. 단종 수순에 접어들었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 증가의 이면에는 혼살족이 있다. 소포장 채소와 곡물이 늘면서 이를 조리하는 주방가전도 작아지고 있다. 미니 화로와 1인용 밥솥, 에어프라이어 등도 출시되고 있다. 혼살족 식생활이 자리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기업도 혼살족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선보인 소형 냉장고 비스포크 큐브가 대표적이다.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인 가구 증가로 식품제조업 분야에선 소포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식품제조업 전반에 걸쳐 소형화, 간편화 추세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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