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싸고 CCTV 많다…'혼살족' 시대, 서울서 살기좋은 이곳 [혼잘혼살]

중앙일보

입력 2022.05.03 05:00

업데이트 2022.05.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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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혜영(여·38세)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전용면적 51㎡(약 15평) 오피스텔에 혼자 산다. 월세는 200만원(보증금 5000만원)으로, 소득의 40%를 차지한다. 프리랜서인 김씨는 매일 출‧퇴근을 하지 않고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부모와 함께 살아도 되지만, 김씨는 2년 전 독립했다.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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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현재 지출하는 월세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전용면적 113㎡(약 34평) 아파트(입주 12년차)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김씨는 절반 크기인 오피스텔을 택했다. 주거 편의성 때문이다. 김씨가 사는 오피스텔 단지 1층에는 스타벅스와 편의점을 비롯해 음식점 10여 곳이 모여 있다.

지하철역은 걸어서 1분 거리에 있고 단지 내에 관리실은 물론 CCTV 6대가 설치됐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매봉산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등산도 한다. 김씨는 “넓은 집에 사는 것보다 순간순간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며 “이사를 하더라도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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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살족’(혼자 사는 사람)의 시대가 열렸다.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다. ‘부모+자녀’로 이뤄진 3~4인 가구에 맞춰졌던 주거 트렌드는 혼살족으로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국 주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학군’은 이들에게 의미가 없다. 넓은 집으로 옮겨야 할 이유도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직장이 가까운 직장·주거 근접성(교통)에 대한 욕구도 줄었다. 안전하고 살기 편한 곳에 주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39만8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20년 664만3000명으로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서 31.7% 커졌다. 2인 가구(28%), 3인 가구(20.1%), 4인 가구 이상(20.2%)보다 비중이 크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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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살족에게 주거지 선택은 큰 고민이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132만원으로, 주거(19.5%) 지출이 가장 크다. 내 집을 보유한 자가점유율이 낮은 것도 이유다. 1인 가구의 자가점유율(2020년 기준)은 30.6%로, 전체 가구 평균(58%)에 한참 못 미친다. 대부분 월세(38%)나 전세(15.8%)로 거주한다. 자주 이사를 한다는 의미다.

결혼했지만 혼자 사는 기혼 1인 가구가 많은 것도 주거지 선택을 어렵게 한다. 전체 1인 가구 중 기혼(59.1%) 비율은 미혼(40.9%)보다 높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이혼·사별 등을 이유로 혼자 사는 수요다.

“여성·남성 모두 치안 중요”

중앙일보가 인크루트에 의뢰해 성인 남‧녀 986명으로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집을 고를 때 월세, 안전, 편의성, 쾌적성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동네 폐쇄회로(CCTV) 개수나 유흥시설 여부 같은 치안(67.8%)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크루트 측은 “아무래도 여성이 치안에 민감할 수 있어 설문 대상의 남성(53%)과 여성(47%) 비율을 비슷하게 설정했는데도 CCTV 뿐 아니라 현관 잠근장치나 경비실 여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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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이 좋은 동네의 조건으로는 대중교통 접근성(63.2%)과 함께 마트‧편의점 같은 편의시설(19.7%) 수를 꼽았다. 쾌적성은 주변에 녹지나 공원이 많은 동네(31.6%)를 꼽았다. 정연우 인크루트 경영지원본부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치안이나 편의성이 좋다면 계약할 의사가 있었다”며 “가구 구성원의 변화가 집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관악구다. 1인 가구(2020년 기준) 12만9233가구가 거주한다. 중구(2만2818가구)나 종로구(2만59832가구)의 5~6배 수준이다. 이어 강서구(8만6172가구) 거주가 많았다. 송파구(7만3694가구), 강남구(6만8999가구)처럼 월세가 비싼 지역에 거주하는 1인 가구도 적지 않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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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다방에 의뢰해 서울 지역별 전용 30㎡ 이하 월세(보증금 1000만원) 시세를 조사해보니 노원구(35만1000원), 구로구(35만4000원), 은평구(37만5000원), 관악구(37만7000원), 강서구(37만9000원) 등지의 월세가 저렴했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관악구는 월세가 저렴하면서 CCTV(1338개, 6위)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관악산‧청룡산을 끼고 있어 녹지도 넉넉한 편이다.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싼 노원구엔 카페나 패스트푸드, 음식점 같은 생활편의시설이 많았다. 편의시설 7920개가 모여 있어 10위권 안에 속했다. CCTV 개수도 1632개(4위)로 많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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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도 월세가 싸지만 CCTV(1188개)가 많은 지역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CCTV가 많다고 안전한 동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치안 상태가 좋은 편으로 볼 수 있다”며 “1인 가구에서 안전은 2인 이상 가구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71만8000원)다. 뒤를 이은 서초구(56만8000원), 송파구(53만4000원)와 차이가 컸다. 강남구(2만3239개)는 서울에서 편의시설이 가장 많고 두 번째로 CCTV(1897가구)가 많았다. 공원이나 산 등을 끼고 있어 녹지가 많은 동네도 눈길을 끈다. 서초구는 양재시민의 숲·청계산·매봉산 등이 있다. 동작구는 보라매공원·국립현충원을, 광진구와 성동구는 각각 아차산, 서울숲 등을 끼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한산이 있는 은평구도 녹지는 넉넉하고 평균 월세(37만5000원)는 저렴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개 집값이 비싸면 살기 좋은 동네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월세와 생활편의성이 비례하진 않는다”며 “집을 구하는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본인의 성향에 맞는 동네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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