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해야할 교수들의 제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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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 교수들의 사회정의연구실천모임이 26일 발표한 「인권억압관련기구의 개혁과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견해」는 최근의 「보안사파동」과 「범죄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 선량한 시민의 인권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진단과 처방이어서 주목된다.
『우리에게는 오늘날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분야의 지속적 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하고 이에 기초한 참된 정치력의 복원,대중복지의 실현과 민족의지의 결집이 없는 한 위로부터의 임기응변의 체제관리는 머지 않아 심각한 한계에 부닥칠 위험이 있다』는 경고는 정부는 물론,지금 난마처럼 얽힌 시대상황에 책임의 일부를 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고로 들린다.
이 「견해」는 『이번 보안사의 인권침해를 계기로 하여 정보 및 수사기구들 안에 아직도 온존해 있는 인권경시풍조 및 억압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체제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정부가 택해야 할 길이라고 주장한다』며,『우리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인권억압의 관행이 바로 국민의 공복에 의해 지속되고 있음을 알리고 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이 모임은 이와 함께 인권억압국가기관의 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과 정치인ㆍ수사정보기관ㆍ시민단체ㆍ지식인집단의 각성 등 5개항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서울대 교수들의 「견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시의적절히 지적하고 경고한 것으로 우리는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들 교수들의 5개항 촉구내용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보안사파동」이 군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인권억압의 본질은 외면된 채 사건화된 경위만 따지고 넘어간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군에 대한 국민의 의혹과 불신을 씻지 못한 채 미봉책으로 끝난 셈이다.
서울대 교수들이 지적한 것처럼 참된 민주화를 위해 전제돼야 할 인권을 억압할 수 있는 기구는 보안사뿐만이 아니다.
안기부의 불법연행 관행,또한 노태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과제다. 시민들로부터 불법연행 현장에서 인신매매범 취급을 당하고,심지어는 같은 국가기관인 경찰과 피의자를 놓고 싸움판을 벌이는 안기부의 활동을 통제할 책임 또한 대통령에 있을 수밖에 없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경찰력에 총동원령을 내리자 곳곳에서 실적주의에 매달린 경찰관들이 발생은 축소하고 검거는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인권침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거기에다 군인에 의한 범죄예방이라고는 하지만 도심에 M16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투입돼 시민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며 의혹만 사고 있다.
국가기관의 공권력이 적어도 도덕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힘만 자랑할 때 나타나는 결과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의혹만 산다는 사실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공권력의 도덕성은 시민의 인권보호가 전제되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고 수사ㆍ정보기관의 인권 억압풍토 개혁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뿌리로 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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