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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봉쇄 한달, 치킨값 4배로 뛰었다…"그나마도 꽌시 있어야"

중앙일보

입력

“땅콩집에 한 달 째 갇혀있는 기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유학 중인 김정환(26)씨는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공동현관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심정을 이렇게 얘기했다. 현재 그는 침대와 가구 등이 들어가면 가득 차는 약 6평의 원룸에서 친구와 격리돼 있다. 김씨는 “지금은 아주 익숙해졌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상하이 유학생 최지원씨가 지난달 찍은 상하이 모습. 도로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최지원씨 제공

중국 상하이 유학생 최지원씨가 지난달 찍은 상하이 모습. 도로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최지원씨 제공

“확진이란 말 꺼내기도 무서워”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상하이’를 검색하면 ‘격리 x일차’로 시작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김씨 역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격리 생활을 올리는 유학생이다. “숨 쉬는 것 말고는 꼼짝 말라”(상하이 교민)는 중국식 도시 봉쇄가 길어지면서 김씨처럼 자신의 격리 생활을 기록하는 한인 유학생과 교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약 2만 8000명의 교민이 사는 중국의 대도시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짧게는 보름부터 길게는 한 달 반까지, 기약없는 격리 생활을 하는 교민과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푸동과 푸서 두 지역에 대해 각각 지난 3월 28일, 지난달 1일부터 본격적인 봉쇄에 들어간 상하이시는 ‘셧다운’ 한 달째다. 주상하이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는 지역을 세분화해 ‘통제/관리통제/예방’ 구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지역은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상하이시에서 지내고 있는 유학생과 교민들은 어느 정도 격리에 익숙해졌다면서도 봉쇄 조치가 언제 격상될지 모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상하이시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아파트나 단지의 봉쇄 조치를 강화·연장하고 있다. 한 교민은 “말이 씨가 될까 봐 확진자라는 단어조차 잘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자재 구매가 유명 콘서트 티케팅”

상하이시가 배달기사 등에게 ‘통행증’ 등을 발급하며 물자 부족 문제는 많이 완화됐지만, 봉쇄 초반 위험한 상황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김씨는 “가장 시급했던 건 물자 전달이 안 되는 경우”라고 했다. 그는 “맨 처음 4월 1일부터 5일까지만 봉쇄한다는 발표를 듣고, 약간의 식자재만 준비했었다. 10일쯤 되자 준비했던 쌀이 다 떨어져 3일 정도 라면만 먹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도 모든 게 배 이상 올랐다. 5000원이었던 치킨이 지금 4만원에 팔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격리 중인 김정환(26)씨는 봉쇄가 길어지고 식자재 공급이 어려워지자 직접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다. 김정환씨 제공

중국 상하이에서 격리 중인 김정환(26)씨는 봉쇄가 길어지고 식자재 공급이 어려워지자 직접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다. 김정환씨 제공

지난달 18일 귀국한 상하이 유학생 최지원(22)씨는 “큰 아파트 단지에 살아 그나마 나은 상황이었지만, 라면마저 떨어져 보급받은 배추에 이웃집에서 얻은 소금을 뿌리면서 버틴 학생의 사연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당시에는 아파트 단지 밖 모든 상점의 불이 꺼져 있었고, 앱을 통해 식자재를 사는 건 유명 콘서트의 ‘티켓팅’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주상하이총영사관이 지난달 중순부터 식자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지원에 나섰다. 최지원씨 제공

주상하이총영사관이 지난달 중순부터 식자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지원에 나섰다. 최지원씨 제공

“공동구매로 배달비 감내…꽌시 중요”

현재 상하이 시민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 인원들끼리 공동구매를 하는 형식으로 비싼 배달비를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물품 구매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마저도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려면 공동구매를 주도하는 사람의 ‘꽌시’가 중요하다고 한다.

한 교민은 “지금 상하이는 ‘공동구매의 무한경쟁시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다른 교민 역시 “공동구매를 운영하는 사람이 일부 사람에게만 더 비싼 값을 받거나 물품으로 장사하는 등 일종의 갑질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시 시민들은 비싼 배송료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구매를 통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최지원씨 제공

중국 상하이시 시민들은 비싼 배송료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구매를 통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최지원씨 제공

“대학은 더 심각…한달째 커피 못 마셨다”

공동구매가 어려운 지역도 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격리 중인 20대 유학생 김성준씨는 “대학 캠퍼스는 격리 통제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심해 외부 물자가 들어오지 못한다.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도시락 외에는 어떤 물품도 배달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격리 전까지 매일 커피를 꼭 두 잔씩 마셨는데, 한 달 반째 커피를 못 마시고 있다”며 “배부른 고민일 수 있지만, 제약되는 활동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까지 ‘기숙사 봉쇄’로 기숙사 방 밖으로 못 나갔는데, 현재는 봉쇄 단계가 좀 완화돼 축구장 절반 정도 면적의 캠퍼스까지 돌아다닐 수 있다”며 “캠퍼스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다시 기숙사 봉쇄로 돌아가는데, 생각도 하기 싫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기한 봉쇄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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