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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대검차장 "진범 찾아도 수사요구도 못해…위헌 명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의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단박’ 법안이 27일 0시 10분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대검찰청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대검 기자실을 찾아 “검찰 수사 중 진범이나 공범이 확인돼도, 추가적인 피해사실이 발견되더라도 직접 수사할 수도,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방법도 없다. N번방이나 계곡살인 사건과 같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이제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선량한 국민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운데)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위헌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오른쪽은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 김경록 기자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운데)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위헌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오른쪽은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 김경록 기자

박 차장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못하도록 하고,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음이 명백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결되는 법안을 관계기관의 의견수렴,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도 없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하루 아침에 다수결로 강행 통과시킨 것은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의 내용도, 절차도 위헌적이란 주장이다.

박 차장검사는 그러면서 “국회의장님께서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아울러,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의원님들께서 이 법안 자체의 위헌성뿐만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위반 문제,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 문제점을 다시 살피셔서 심사숙고해 결정해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헌법쟁송 중 권한쟁의심판과 그것에 따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저희가 팀을 따로 꾸려 면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대검에 설치된 위헌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이수진, 송기헌, 김진표, 김용민, 김영배, 김남국, 박주민(왼쪽부터) 의원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기립으로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이수진, 송기헌, 김진표, 김용민, 김영배, 김남국, 박주민(왼쪽부터) 의원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기립으로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행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인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요범죄 중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4대 범죄를 삭제(선거범죄는 올해 말까지 유지)하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는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며 ▶검사가 직접수사한 범죄에 대해선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전날 법사위에서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를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검찰청법 4조 신설 조항 등에 대한 대검 측의 반발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묵살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뒤 민주당이 새롭게 반영한 내용이라 현장에서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한 검찰 간부는 “결국 정치인·공직자와 주요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절대다수의 일반 국민의 민생 사건은 내팽개쳤다”며 “범죄자들만 신나는 법”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은 28일부터 변호사·시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열고 ‘검수단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기로 했다. 변협은 지난 25일 “검찰이 내실 있는 보완수사를 진행하지 못해 민생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재판 실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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