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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위해 만든 안건조정위 제도,그동안 꼼수에만 활용돼왔다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 앞에서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왼쪽 둘째)이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검수완박’ 법안 논의를 위해 구성될 예정인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명단(유상범, 전주혜, 조수진)을 박광온 위원장에게 제출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21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 앞에서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왼쪽 둘째)이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검수완박’ 법안 논의를 위해 구성될 예정인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명단(유상범, 전주혜, 조수진)을 박광온 위원장에게 제출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2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 김진표 의원 등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조정위 구성 요구서엔 ‘위장 탈당’ 비판을 받고 있는 민형배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또다시 조정위를 무력화시키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법은 조정위 구성 목적을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소수당의 반대에도 다수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입법 취지다. 하지만 20·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취지와 다르게 ‘숙려’가 아닌 ‘속전속결’을 위해 조정위를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처럼 민주당이 먼저 조정위 구성을 요구한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이 요구한 조정위 구성이 그런 사례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던 딸 조민씨 등 조 전 장관 가족을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안을 논의하기 위한 조정위 구성 요구로 맞섰다.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당시 조정위 구성 요구는 야당이 가족 증인을 계속 요구할 경우 청문회를 지연시키겠다는 ‘맞불’ 성격이 강했다. 조정위는 활동기간이 90일이기 때문이다. 단, 위원장과 간사간 협의를 통해 줄일 수는 있다. 결국 당시엔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요구로 계획을 철회하면서 실제 조정위가 열리진 않았다.

2019년과 달리 이번 민주당의 조정위 구성 요구는 소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소위는 관례상 합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안 통과가 어렵다. 반면 조정위는 위원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위원 6명 중 3명은 다수당이, 나머지 3명은 그 외 정당이 맡는다. 다수당 입장에서는 야당 또는 무소속 의원 1명만 찬성해줘도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외 대부분의 사례는 야당이 조정위를 요청하는 경우였고, 이에 민주당이 사실상의 민주당 의원이나 범여권 의원을 찬성을 통해 조정위의 안건 조정 기능을 무력화했다. 2019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그랬다. 당시 한국당은 법안에 반대하며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민주당 의원 3명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찬성으로 법안은 통과됐다. 이후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이 최종 처리됐는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한국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며 오히려 법안 취지와 반대로 거대 양당 구조가 강화됐다.

그렇게 개정된 선거법때문에 21대 국회에선 조정위의 무력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선거법 개정에 따른 ‘꼼수’로 탄생한 민주당의 위성정당 열린민주당이 조정위에서 ‘사실상 여당인 야당 몫’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추진한 법안에 열린우리당이 찬성 손을 들어주면서 야당의 반대에도 법안은 쉽게 통과됐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정위에선 민주당이 밀어붙였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교육위원회 조정위에선 사학법 개정안이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두 의원 모두 현재는 민주당 소속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조정위에선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찬성으로 탄소중립법 제정안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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