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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아들, 디스크가 척추협착 둔갑"…의사 5명이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과거 5년 간격으로 받은 병역판정검사 결과 신체등급이 2급 에서 4급으로 바뀐 사실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가 병역판정 당시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영상 공개를 요구했으나 정 후보자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다. 정 후보자 측은 영상 제출 대신 국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아들의 척추질환에 대한 검사와 진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의 아들 병역 판정 변경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성주ㆍ신현영ㆍ고민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 아들이 병역 관련MRI와 CT 영상자료 공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료 제출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경북대 의대에 재학 중인 아들 정모(31)씨는 지난 2010년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2급) 판정을 받았으나 5년 후 재검을 거쳐 사회복무요원(4급 보충역) 소집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는 경북대의대 진학 이후인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대구지방법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2015년 10월 29일 경북대병원 정형외과가 발급한 아들 정씨의 병사용진단서를 공개했다. 이 진단서에 따르면 정씨는 ‘척추협착(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 진단을 받았다. 증상 및 병에 대한 소견에는 ‘요추 5~6번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 후 외래경과관찰 중’이라고 기재돼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아들 정씨의 진단서 내용 중 두가지를 문제삼았다. 그는 먼저 MRI 판독 소견과 과거 진료기록에는 추간판탈출증과 그에 따른 증상(다리 통증 등)이 일관되게 기재돼있는데 병사용 진단서에만 전혀 다른 질환인 척추협착이란 진단명이 등장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요추(허리뼈)는 보통 5번까지 있고, 그 아래로는 천추(엉치뼈)가 이어지는데 아들 정씨의 진단서에는 요추 5~6번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점을 짚었다.

신 의원은 “병원진료 기록에는 추간판탈출증, 즉 허리디스크라고 기록돼 있지만 병사용 진단서는 척추협착으로 진단명이 둔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병사용 진단서에 기록된 요추 6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군 입대 여부를 판가름하는 병사용 진단서에 환부 위치를 잘못 기재한다는 것은 진단서에 대한 전문성, 객관성, 공신력을 떨어트리고 허위 진단서를 의심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MRI 판독 소견만으로 판단하기에 신체검사 4급 판정에 대한 적절성의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MRI 영상 사진을 실제 확인해 판독이 제대로 됐는지, 이를 바탕으로 진단서가 올바로 작성됐는지, 병무청 4급 판정 과정에서 불법ㆍ편법은 없었는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과 관련 신경외과ㆍ정형외과 전문의 5명에게 자문한 결과 진단명이 바뀐 부분은 검사 영상 확인이 필요하며, 요추 5~6번 기재는 그럴 수 있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나왔다. 정형외과 전문의 A씨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해 척추협착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질환은 완전히 다른 질환”이라고 말했다. A씨는 “만약 척추 협착이라면 ‘파행(걸음을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이라는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노인들이 조금 걷다보면 주저앉게되고, 좀 쉬면 나아지는 증상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B씨는 “요추라는 뼈는 5개 있고 그 다음에 천추라는 뼈가 엉덩이 뼈에 연결돼 있는데 그걸 천추 1번으로 표시하지 않고 요추5~6번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B씨는 “20대가 척추협착이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라면서도 “(신 의원 지적처럼)추간판 탈출증 소견만 있는데 갑자기 척추 협착이란 진단이 나온건 의아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MRIㆍCT 영상을 봐야 판단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 측은 아들의 MRI, CT 영상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후보자 아들 병역과 관련한 일체의 서류는 모두 투명하게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MRI, CT 등 영상기록의 경우 지극히 개인적인 의료정보로 일반에게 공개시 영상정보가 계속 유포되면서 전문성에 근거하지 않은 각종 평가와 소문 등이 불특정다수에서 회자되는 상황에 대해 후보자 아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후보자는 국회가 의료기관을 지정하면 후보자 아들이 과거의 MRI 등 영상자료 등을 지참하고 방문하게 해, 의료진에게 과거 검사기록도 확인받고 새로운 검사도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의료기관이 특정되면 한시라도 빨리 과거의 영상기록을 포함한 일체의 재검증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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