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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유엔 5본부" 宋 출마선언에도…'이낙연 등판론'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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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리는 송영길 전 대표와 멈춰있는 이낙연 전 대표 사이의 소리 없는 마찰 속에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공천 전망을 가린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보내준 1614만 명의 성원을 지방선거 승리로 보답한다는 각오”라며 “오세훈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며, 윤석열 정부의 일방독주를 견제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UN 제5본부를 서울에 유치하겠다는 1호 공약을 포함해 ‘누구나집’ 프로젝트 등 주요 공약도 발표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3일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고 그 의미를 “특별한 전략적 고려에 따라 전략공천이냐 경선이냐 여부와 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민주당 관계자)이라고 설명한 민주당은 그후 별다른 추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의 출마선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 지도부의 딜레마 상황을 파고드는 “기정사실화 전략”(민주당 소속 보좌관)이라는 평가다.

송 전 대표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서울지역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이들의 여론은 ‘송영길 불가피론’과 ‘이낙연 대안론’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서울 비강남권역에서 구청장 도전을 준비하는 인사는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송영길 불가’ 주장이 우세했지만 당 지도부가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서 송 전 대표와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다른 지역에서 광역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도 “송 전 대표로 가자는 주장과 이 전 대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류는 여론조사로도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서울 거주 성인남녀 812명을 상대로 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22.4%, 송 전 대표는 20.3%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같은 조사에서 그 뒤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9%), 정세균 전 국무총리(5.8%),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장(5.7%) 등이 이었다.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적합한 인물로 이낙연 전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는 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연합뉴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적합한 인물로 이낙연 전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는 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연합뉴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측 사이에선 물밑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님은 안하신다고 그러고 있지 않느냐”며 “왜 안하신다는 분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신다면 대환영이다. 와서 경선을 통해 하나로 에너지가 모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측은 송 전 대표의 이같은 언행에 불쾌한 기색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의원은 “본인은 아무 말이 없는 데도 극성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의 도전 가능성 자체를 비난하고 있다”며 “어떤 선택을 해도 일부 지지층의 불만을 감내해야 하는 이 전 대표의 상황을 송 전 대표가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로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린 '제23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개회식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로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에서 열린 '제23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개회식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했다. 연합뉴스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여타 주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도 '송영길이냐 이낙연이냐'의 양자 구도로 흘러가는 상황 자체가 불만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SNS에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분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사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후보 등록까지 마친 저는 빠져 있다”며 “저를 경계하는 작전세력이 있는 건 아닐까요”라고 적었다.

송 전 대표 측엔 후보 결정 시기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팽배해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선거가 이렇게 불리하다고 하면서 당 지도부가 후보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스스로 잡아먹는 것”이라며 “경선을 통해 후보 경쟁력을 키워가는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기류는 달랐다. 공천 절차에 관여하는 핵심 인사는 “아직 일주일 정도는 시간이 있다”며 “이 전 대표 설득 문제를 포함해 당 지도부가 전략적 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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