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터 초석 깔고앉은 文부부…불교계 "참담" 뒤집힌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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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북악산 남측면 개방을 기념한 산행을 하던 중 절터 초석에 앉은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를 중심으로 7일 현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 시기 창건된 사찰로 전해진다. 1960년대 청오스님이 중건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68년 김신조 등이 청와대를 노리고 침투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불자 등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현재 그 자리엔 건물터와 초석과 와편 등만이 남아 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일 김현모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북악산 남측면을 산행했고,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과거 오랜 터가 남아있는 것을 해방 후 다시 세워보려고 준비하다가, 김신조 사건으로 개방됐던 곳이 다 폐쇄됐고, 그 부자재가 남은 거죠"라고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지금 보시는 초석은 최근의 것으로 유물적인 가치는 없다"며 "구전으로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전문발굴 조사를 하면 그런 증거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초석 착석과 김 청장의 발언을 두고 소중한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낮아 벌어진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문화재 보존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문화재청장이 당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초석 깔고 앉은 사진, 청와대가 직접 배포 

불교계매체인 법보신문은 전날 '대웅전 초석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청와대 문화유산 인식 수준 참담"'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 부부가 초석을 깔고앉은) 해당 사진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불교 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화재청은 "초석은 지정·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전에 행사를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앞으로 유의하겠다"며 "법흥사터의 소중한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불교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선 오래된 성당 계단에도 못앉게 하는데"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스님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화재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불상·건축물·탑 등 모든 불교적 자료를 성보로 본다"며 "60년대에 사찰 중건을 위해 놓은 초석이라도 50년이 넘은 문화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정문화재가 아니라서 앉아도 된다'는 식의 문화재청 입장은 종교문화재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라며 "문화재청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문화재를 관리·보존해야하는 역할을 갖고 있는데 양식이 없는 행동이고, 문화재 보존·전승이라는 청의 역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선 오래된 성당 계단에도 앉지 못하게 한다"며 "문화재청장이 '성보에 불경 저지른 것을 사과한다'고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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