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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경율이 고발한다

담보도 없이 거액 빌려줬다? 김정숙 채무 11억 이상하다

중앙일보

입력

김경율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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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2004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박(근혜) 후보 사진을 조사한 결과 3년간 디자이너가 맞춘 133벌의 여성정장을 입었다고 한다. 맞춤복 최저가 수준인 150만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총 옷값은 1억9950만원이고 상급 디자이너 옷을 입는다고 가정해 300만원씩 계산하면 총 3억9900만원으로 그리 검소한 액수는 아니다.” -2012년 11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 진성준 대변인. 

"옷값 관련해서 대통령이 사비로 정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이 왔다. 그러니까 송금을 한 기록이 있든가, 출금한 기록이 있든가, 이 자료를 제출해 달라. "-2016년 10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위 간사(※이후 민주당 원내대표 지냄).
"4년간 (박근혜 대통령이) 입은 새 옷 총액이 7억 40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예산으로 옷값을 냈다면 공금횡령이고 다른 이가 옷값을 냈다면 뇌물을 받은 것. 1만원 쓰는 데도 고민하는 서민 심정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 없다. "-2016년 12월 민주당 유송화 부대변인(※이후 김정숙 여사 담당 제2부속 비서관, 춘추관장 지냄).

말한 사람 이름만 가리면 아마 국민 대다수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최근에 한 발언이라고 생각할 거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공격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옷값 논란 부풀리기가 부메랑이 되어 임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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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정되기는커녕 증폭되는 모양새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 2018년 6월 청와대를 상대로 문 대통령 취임 후 특활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의전 비용과 관련한 정부 예산편성 정보공개를 청구한 게 이 논란의 표면적 시작이다. 청와대는 “국가 안보 등 민감 사항이 포함돼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고, 결국 2019년 3월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상식 외면한 청와대의 정보 공개 거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납세자연맹 손을 들어줬다. 주민등록번호·주소·연락처 등 개인정보, 그리고 외국 정부·공무원 관련 사항을 제외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원고 스스로 공개 청구 대상에서 제외한 업체명이나 계좌번호 이외의 부분은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입찰계약 등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반 국민 눈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상식을 거슬러서 항소했다. 2017년 5월 당선 후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치약·칫솔도 사비로 계산하겠다"며 무분별한 특활비 사용을 손봐 투명한 지출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문 대통령이 스스로 약속을 파기한 것은 물론 국민의 정당한 요구와 법원 결정까지 묵살한 것이다. 이대로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관련 자료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향후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간 봉인되는 만큼 국민이 특활비 내역이나 김 여사 의상비를 알기는 어렵다.

청와대 해명이 의혹 더 키워  

법정 공방은 청와대의 거부로 허무하게 끝났지만 장외공방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친문 인사들은 과도한 정치 공방이라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 시절부터 줄곧 같은 내용으로 공격한 원죄를 고려하면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해명이라고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기에 스스로 일을 부풀린 측면도 크다. 청와대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대놓고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김어준의 tbs 뉴스공장(3월 30일)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출연해서 한 말이 딱 그렇다.

방송인 김어준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캐처]

방송인 김어준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캐처]

김어준(이하 김) : 직접 의류나 장신구들을 사비로 구매한다고 지금 청와대가 밝혔지 않습니까?

탁현민(이하 탁) : 그건 임기 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5년 동안 진행했던 내용입니다.

김 : 다 사비로 구매한 것이다? 카드로 직접 샀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탁 : 맞습니다. 사비라는 건 카드로 구매했다는 이야기죠.

김정숙 여사가 옷을 살 때 모두 사비로 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신용카드로 구매했다는 주장은 불과 몇 시간 만에 허위로 드러났다. 한 벌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누비장 명인과 수제화 장인 모두 김 여사 일행에게 5만원권 현금을 받았다고 언론이 폭로한 탓이다. 김 여사를 수행하며 현찰을 건넨 이가 "1만원 쓰는 데도 고민하는 서민 심정" 운운하며 박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유송화 전 춘추관장이라는 사실은 무슨 코미디 같다.

청와대는 말을 바꿨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예우 차원에서 사비를 현금으로 썼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물건을 사는 사업자가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하고 받을 수 있는 게 세금계산서인데, 김 여사가 어떻게 이런 현행 세법을 어기고 세금계산서를 받았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런 터무니없는 청와대 논리를 뒷받침하려고 국세청이 난감해한다는 웃지 못할 소식도 들려온다.

옷값 이어 집값도 의혹투성이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09년 사들인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저(이하 구 사저)의 매각과 관련한 각종 의혹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산시 하북면에 짓고 있는 신축 사저(신 사저) 의혹도 만만치 않다. 집값 논란은 구 사저가 26억 2000만원에 팔렸다는 게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보면 2021년 공시가는 2억 9000만원에 불과하다. 주차장 등 주변 토지를 고려하더라도 4억원 정도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 기준 공시가는 실거래가의 50% 안팎으로 추정한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구 사저 등기부등본. [출처 김경율]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구 사저 등기부등본. [출처 김경율]

그런데 왜 문 대통령 사저만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걸까. 가능성은 문 대통령 사저만 그동안 유독 기준시가 비율이 낮았거나, 아니면 유독 비싼 값에 팔렸거나 두 가지 중 하나다. 둘 다 문제다. 유독 기준시가 비율이 낮았다면 보유세를 비롯해 각종 세금을 덜 냈다는 의미이고, 유독 비싼 값에 판 것이라면 누군가에게 그 차액만큼 증여세 없는 증여를 받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팔았다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구 사저는 아직 등기부 등본상으론 소유권 이전 접수가 안 되어 누가 샀는지 알 수 없다. 누구든지 간에 현행 세법에서는 매매의 상대방이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아닐지라도 '재산을 양수하거나 양도할 때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 또는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하거나 양도한 경우에는 그 대가와 시가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있다. 참고로 인근 단독주택 실거래가는 2015년 이후 적게는 2억2000만원에서 많아도 6억2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문 대통령 부부의 신 사저 등기부 등본. [자료 김경율]

문 대통령 부부의 신 사저 등기부 등본. [자료 김경율]

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으로 신고한 재산 내역도 미심쩍은 게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신 사저와 관련한 돈의 흐름이 이상하다. 현재 건축 중인 이 집은 문 대통령 부부 공동 소유라, 서류상으론 2021년 들어간 22억원의 건축비를 나눠 각각 11억원씩 부담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를 위해 김 여사의 사인 간 채무가 11억원 늘었다. 청와대는 "신 사저 건축비 관련이고 이자까지 더해 이미 갚았다"면서 그 사인이 이해관계자가 아니라며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구 사저와 신 사저 등기부 등본 어디에도 담보 등을 제공한 흔적이 없다. 궁금하다. 무려 11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무담보 무직자에게 빌려주는 사람이 대체 누군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