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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위 부동산 자산 격차 251배로…코로나로 빈부격차 더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소득과 자산 격차는 커지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년여 훑고 간 보통 사람의 지난해 금융생활을 분석한 결과다. 소득과 자산 상·하위 20%의 격차는 소득은 5.23배, 부동산 자산은 251배까지 벌어졌다. 10가구 중 6가구는 빚을 지고 있었는데, 아직 상환해야 할 빚은 월 소득의 20배에 달했다.

지난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1792만원으로 전년(4억3809만원)보다 늘었다. 평균 부동산 자산 규모는 4억1386만원으로 전년(3억4172만원)보다 21.1% 증가한 영향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1792만원으로 전년(4억3809만원)보다 늘었다. 평균 부동산 자산 규모는 4억1386만원으로 전년(3억4172만원)보다 21.1% 증가한 영향이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9~10월 20~64세 경제활동인구 1만명을 대상으로 e메일 설문조사를 해 작성됐다.

고소득층, 정규직 소득 늘고…저소득층, 자영업자 소득 감소

응답자들의 지난해 월평균 가구소득은 493만원으로 2020년(478만원)보다 15만원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86만원)을 넘어섰다. 다만 소득 회복에도 양극화는 뚜렷했다. 가구 소득을 1분위(하위 20%)~5분위(상위 20%)로 나눠보면, 고소득층인 4·5분위의 소득은 늘었지만 저소득층인 1·2분위 소득은 되레 줄었다.

코로나19로 커진 소득격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로 커진 소득격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1분위 가구의 소득(181만원)은 2020년(183만원)보다 2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5분위 가구 소득은 2020년 895만원에서 지난해 948만원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그 결과 1분위와 5분위의 소득 격차는 2019년 4.76배에서 지난해 5.23배까지 벌어졌다.

보고서는 "1분위와 2분위의 소득은 지난 4년 중 가장 낮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하위 구간의) 고용 불안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자 간의 희비도 엇갈렸다. 지난해 정규직의 월 소득은 485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78만원)보다 소폭 늘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2019년 364만원에서 지난해 337만원으로 소득이 줄었다. 자영업자도 같은 기간 소득이 499만원(2019년)에서 지난해 482만원으로 줄었다.

자영업자의 월평균 사업매출액은 2019년 3394만원에서 2020년 2771만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445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자영업자의 70%는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보다 빠른 부채 증가속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보다 빠른 부채 증가속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0가구 중 6가구가 월 소득의 20배 빚 내

가구가 진 빚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부채 보유 가구 비중도 전년(62.5%)보다 4.2%포인트 늘어난 66.7%로 나타났다. 2019년(52.8%)과 비교하면 1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평균 부채액은 1억164만원으로 2020년(8753만원)보다 16.1% 늘었다. 빚이 있는 가구는 월 가구소득(521만원)의 20배의 빚을 지고 있었다.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았다. 평균 부채 상환액은 전년보다 2만원 늘어난 45만원으로 전체 소득의 9.1%를 빚을 갚는 데 쓰고 있었다. 부채 상환액은 2018년 40만원에서 점점 액수가 늘고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생활비 수요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가계 재정에 부담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으로 나뉜 자산…영끌 2030대, 매달 80만원 빚 갚아  

지난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1792만원으로 전년(4억3809만원)보다 늘었다. 평균 부동산 자산 규모(4억1386만원)가 전년(3억4172만원)보다 21.1% 증가한 영향이다.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9.9%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했다.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격차 확대도 심해졌다. 보유 자산 상위 20%인 이들의 부동산 자산은 12억2767만원으로, 하위 20%(490만원)의 251배에 달했다. 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18년 125배, 2019년 142배, 2020년 164배로 매년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커진 자산격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로 커진 자산격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20·30대도 많았다. 지난해 집을 구매한 10명 중 4명(41.1%)은 20·30대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균 1억6720만원의 빚을 내 3억6446만원짜리 집을 구매했다. 대출 이용률은 89.8%로 2020년(75.1%)보다 늘었다.

'영끌'한 20·30대의 월 평균 부채 상환액도 80만원으로, 보고서는 이들이 향후 17.4년간 부채를 상환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빚이 늘어난 만큼 자산도 크게 늘었다. 이들이 구입한 부동산의 가격은 조사 당시 기준 평균 5억651만원으로, 구입 가격보다 1억4205만원씩 뛰었다.

행복은 자산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행복은 자산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과 자산 격차가 벌어지며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쳤다. 설문 응답자 중 45%는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17.7%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자산이나 소득에 따라 갈렸다.

주관적 삶의 질을 최상위부터 최하까지 5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최상 그룹의 평균 자산(7억6119만원)이 최하 그룹(2억8598만원)보다 2.7배 많았다. 월 소득도 최상 그룹은 609만원, 최하그룹은 356만원으로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여러 분야 중 소득과 노후준비, 직업 만족도가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에서 그룹 간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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