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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삐져나온 14m 매장지 발견…"민간인 시신 400구 이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는 등 민간인 학살 정황이 잇따라 제기되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37㎞ 떨어진 도시 부차의 교회 앞마당에는 실종 가족을 찾는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14m 길이의 민간인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면서다. 일주일 전 사라진 형제 드미트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방문한 시민 블라디미르는 “드미트리가 여기에 묻힌 것 같다. 그가 살아있는 줄 알고 오랜 시간을 찾아다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가 아내와 이웃의 위로를 받고 현장을 떠났지만,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어 신원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날 CNN은 전했다. 로이터는 “진흙 사이로 사람의 손과 발이 빠져나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업 위성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부차 교회의 집단 매장지는 지난달 10일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 지난달 31일까지 확장됐다.

미 위성사진 업체 맥사(Maxar)가 3일 공개한 부차의 한 교회의 집단 매장지. [연합뉴스=로이터]

미 위성사진 업체 맥사(Maxar)가 3일 공개한 부차의 한 교회의 집단 매장지. [연합뉴스=로이터]

집단 매장지 발견 외에도 러시아군이 퇴각 과정에서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발포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현지 경찰 당국 등은 사망한 민간인의 정확한 수와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이날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교회 매장지에서 발견된 시신이 118구에 달한다”며 “거리·공원·광장 등에 있는 시신을 수습해 정확한 수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외곽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 410구가 옮겨졌으며, 법의학 전문가들이 140구를 검시했다”며 “부차의 민간인 매장지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 의혹 사건 2500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의 주거지역 공터에 러시아군 공격에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임시 묘지가 조성돼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의 주거지역 공터에 러시아군 공격에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임시 묘지가 조성돼 있다. [EPA=연합뉴스]

또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다수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날 가디언은 전했다. 사진작가인 미하일 팔린차크가 공개한 키이우 외곽 고속도로에서 찍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시신 사진에서 여성들은 나체였으며, 신체 일부가 불에 탄 상태였다.

이와 관련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학살 현장 조사를 요청하며 “이러한 전쟁 범죄의 모든 증거를 수집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데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집단 학살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와 국민을 말살하는 것”이라며 “지시와 명령을 내린 모든 사람이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민간인 집단학살은 우크라이나 급진주의자들의 소행이라며 오는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청했다. 드미트리 폴리얀스키 주유엔 부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부차에서의 우크라이나 급진주의자들의 극악무도한 도발에 대해 4월 4일 유엔 안보리 회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러시아는 부차의 우크라이나군 및 급진주의자들의 도발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요청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협상에 혼란을 주고 폭력을 고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각) 부차의 한 시민이 해군으로 복무 중이던 남편이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경위를 설명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부차의 한 시민이 해군으로 복무 중이던 남편이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경위를 설명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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