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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 축소’ 말하고…러시아, 우크라 도시 밤새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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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시청사 건물.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서 군사작전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 등 서방에서는 병력 재배치를 위한 시간 끌기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왔다. [AP=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시청사 건물.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서 군사작전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 등 서방에서는 병력 재배치를 위한 시간 끌기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왔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작전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공격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선 러시아의 군사작전 축소 언급이 병력 재배치를 위한 시간 벌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아체슬라우 차우스 체르니히우 주지사는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공격을 완화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차우스 주지사는 “적은 밤새도록 체르니히우를 공격하고, 인근의 니진시를 공습해 ‘감소한 군사 활동’을 입증했다”고 비꼬았다. 그는 “군사 활동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믿는가? 물론 아니다”라고 적었다.

키이우 주변에서도 러시아군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미콜라 포보로즈니크 키이우 부시장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29일 밤 키이우에 대한 포격은 없었지만, 교전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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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5차 평화협상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협상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선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작전 축소가 휴전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올렉시아 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북부 전선에서 동부로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동부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키이우 인근에 일부 병력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돈바스 해방이란 주요 목표 달성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거의 모든 도시를 포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그들의 제안을 이행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키이우에서 이탈한 러시아 병력은 적은 숫자”라며 “이는 진정한 철수가 아닌 재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내 다른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 이스탄불에선 전날에 이어 30일에도 양국 대표단이 5차 평화협상을 이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회담에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여러 국가로부터 ‘나토 헌장 5조(동맹에 대한 공격에 공동 대응 의무)’에 준하는 안보 보장 시스템을 받는 논의가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군사 비동맹과 비핵국 지위를 추구하는 대신 러시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협상 중이다.

협상이 일부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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