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에 "우려"…5년만에 입뗀 중국, 되레 미국 저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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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쥔 중국 유엔대사가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쥔 중국 유엔대사가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외교 당국자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및 비확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다. 장쥔(張軍) 중국 주유엔대사는 “북한이 며칠 전 대륙간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선포했다”며 “중국은 현 사태 전개에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27일 보도했다.
중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자체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당일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의 발사 활동에 엄중한 우려와 반대를 표시한다”고 발언한 뒤 5년 만에 처음이다. 장 대사의 발언에 앞서 왕원빈(王文斌) 외교부 대변인이 발사 다음 날인 25일 “현 사태에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5년 전 “엄중한 우려와 반대한다”는 발언보다는 수위가 낮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대변인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왕원빈 중국 외교부대변인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대신 중국의 ‘우려’는 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분위기다. 장 대사는 이날 유엔 연설에서 ‘쌍궤병진(비핵화 논의와 평화협정 체결 논의의 동시 진행)’만 강조했다. 북한이 위반한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은 ‘쌍궤병진’ 노선과 단계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기제 구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 대신 오히려 미국의 책임을 지적했다. 장 대사는 “2021년 초 특히 5월 이후 미·북 대화가 교착에 빠지면서 비핵화 과정이 정체되고 한반도 정세에 변수가 많아지면서 긴장이 상승했다”며 “중국은 유감스럽게 관련국이 ‘무조건 대화’를 밝히는 것 외에 실제 행동을 취하지도,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답하지도 않았다”고 언급하면서다. 중국은 2017년 북한의 화성-15형 발사를 제재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가 규정한 트리거 조항의 발동은 물론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 발표조차 반대했다.
장 대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 위원회 활동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북핵을 다루는 안보리 1718 위원회 산하 전문가 그룹의 활동 연장 결의안 표결 직후 보고서 유출과 기밀 유지 위반이 ‘만성적 문제’가 되었다며 장 대사가 불만을 제기했다고 중국 유엔대표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6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자신의 트위트에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이 있고 성과가 풍부한 토론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류샤오밍 트위터 캡처]

26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자신의 트위트에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이 있고 성과가 풍부한 토론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류샤오밍 트위터 캡처]

중국은 유엔에서 실질적인 북한 ‘감싸기’ 행동과 병행해 러시아와 북핵 대처 방안을 조율했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6일 트위터에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이고르 모르굴로프 외교차관, 러시아 외교학원 원장, 러시아 과학원 극동연구소 학자 등과 연쇄 회동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5일 모르굴로프 차관과 류 대사의 회담에 대해 “24일 북한의 ICBM 발사를 포함해 현 한반도 정세가 실질적으로 논의됐다”며 “러시아와 중국 간의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화성-17형 발사 바로 다음 날인 25일 모스크바에서 중·러 외교 당국자가 굳건한 공조를 다짐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현재 류 대사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25일 러시아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조율하고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합의했다고 회동 결과를 발표했다. [러시아 외교부 홈페이지]

지난 25일 러시아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조율하고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합의했다고 회동 결과를 발표했다. [러시아 외교부 홈페이지]

북·중·러가 평양과 유엔·모스크바에서 진행한 일련의 움직임과 발언은 바이든 미 행정부와 한국의 윤석열 신정부를 겨냥한 레버리지 만들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을 향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시점에 이뤄졌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막후 영향력을 극대화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외교적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전문가는 지적했다.

中 유엔대사·대변인 “현 사태 우려” #5년전 화성15호 이후 첫 ‘우려’ 발언 #‘쌍중단’ 언급 없이 ‘쌍궤중단’ 반복 #한반도대표 모스크바서 러와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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