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러시아 임시 대금 결제라인 개설…신속송금은 8000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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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對)러시아 금융제재로 결제와 송금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 기업과 국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국내 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을 활용해 임시 대금결제 라인을 만들고, 러시아 주재원의 국내 가족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가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을 활용한 임시 대금결제 라인 개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러 금융제재에 따른 결제·송금 애로사항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러시아 현지 법인을 활용한 임시 대금결제 라인을 지원한다. 국내 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이 대금결제를 진행할 경우 한국 본점에서 개설한 현지법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면 러시아 수출입 대금 지급이 필요할 때마다 상계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비제재 은행ㆍ비제재 대상 품목 교역에 한정하고, 개인 간 무역외 송·수금은 제외한다.

해당 방식을 활용하면, 중개은행 경유를 줄여 신속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관련법 검토와 실무 준비 기간을 거쳐 이달 말 임시 결재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 은행을 통한 대금결제 거래 방법 예시. 금융위원회

러시아 주재원의 국내가족에 대한 자금 지원도 이뤄진다. 현재 러시아 측의 제재로 러시아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수령한 급여를 국내 가족에게 송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서다.

정부는 러시아 주재원의 국내 가족에 대한 긴급 생계비 대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이를 위한 은행권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그동안 일부 은행은 해외 소득 서류 확인 방법 등 관련 규정이 미비해 해외 체류자에 대한 대출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은행권 공동으로 해외소득 확인, 해외 체류자에 대한 권한 확인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외 체류자의 금융거래를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 등 서방의 금융제재로 러시아 금융 시장이 혼돈에 빠지며 뱅크런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수도인 모스크바 시내의 한 백화점에 설치된 스베르뱅크 ATM기 앞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 [TASS=연합뉴스]

또 러시아에 있는 교민·유학생에게 긴급하게 송금할 수 있는 신속 해외 송금 한도를 기존 3000달러(약 363만원)에서 8000달러(약 969만원)로 늘렸다. 신속 해외송금 제도는 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소지품 분실ㆍ도난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현금이 필요할 경우 국내 지인이 외교부 계좌로 입금한 돈을 현지 대사관ㆍ총영사관이 해외 여행객에게 현지 화폐로 전달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해 현지 교민에게 급한 자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러시아로 송금은 국내은행의 러시아 현지법인 등 비제재 대상 은행을 경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이 해당 거래를 거절하거나 고객에게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사례가 없도록 지도와 안내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운영한 결과 지난 17일 기준 123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기업의 대금 결제와 개인의 자금 송금 가능성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비제재 은행이나 품목에도 글로벌 중개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거래 회피 등으로 거래가 지연·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