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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 마당에 크게 쓴 '어린이'…잔혹 러軍 그곳도 폭격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집을 잃은 민간인 1000여 명이 대피한 극장과 임산부·어린이가 숨어있던 수영장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됐다.

막사르 위성업체가 지난 14일 찍은 마리우폴 극장 모습. 건물 주변에 러시아로 ″어린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해당 극장은 16일 폭격을 맞아 무너졌다. [AP=뉴시스]

막사르 위성업체가 지난 14일 찍은 마리우폴 극장 모습. 건물 주변에 러시아로 ″어린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해당 극장은 16일 폭격을 맞아 무너졌다. [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1000여 명의 평화로운 마리우폴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극장 건물에,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폭탄을 떨어뜨렸다"면서 파괴된 극장 사진을 게재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상자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입구가 잔해로 뒤덮여 있어,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이것은 완전한 테러"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해당 극장에 민간인이 대피해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습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위성사진 제공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폭격이 있기 전 14일 촬영한 사진에는 극장 외부 마당에 러시아어로 커다랗게 '어린이(ДЕТИ)'라고 적혀 있다. 러시아 공군에 이곳이 민간인 대피소임을 알리기 위해 마리우폴 시의회가 미리 적어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습이 의도적"이라며 "이들이 우리 국민에게 저지르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군이 또다시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16일 폭탄에 맞아 무너져 내린 마리우폴 극장의 모습. [AP=뉴시스]

16일 폭탄에 맞아 무너져 내린 마리우폴 극장의 모습. [AP=뉴시스]

이날 러시아군은 극장에서 4㎞ 떨어진 수영장도 폭격했다. 키릴렌코 주지사는 "이곳에는 주로 임신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숨어 있었다"면서 "지금 잔해 밑에 임산부들과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들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시 당국은 현재 잔해 속에 갇힌 임산부 1명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사상자 수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공군은 이날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서 민간인 대피소 공습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러시아를 잔혹한 폭격의 주범으로 비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인 아조우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 건물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됐다. 바딤 보이첸코 시장은 “마리우폴이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 건물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됐다. 바딤 보이첸코 시장은 “마리우폴이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PA=연합뉴스]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의해 15일 넘게 포위된 채 무차별 폭격이 이어져 '우크라이나 최악의 전선'으로 불린다. 현지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 2500여 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가디언은 "폭격으로 인해 사망자를 제대로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리우폴시 관리들은 장례식을 치르는 것조차 너무 위험하다며 시신은 거리 밖에 두라고 지시했다. 러시아군이 아파트 등 민간인 주거 시설을 잇따라 공격해 집을 잃은 사람들은 대형 공공건물 지하 대피소에서 숨어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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