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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화장대란' 3일장 사라진다…마지막 길도 줄서서 6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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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화장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화장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4~15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선 19개 빈소에서 발인을 했다. 이중 3일장을 치른 상가는 단 1곳이다. 나머지는 4~6일장이다. 4일장 7명, 5일장 8명이다. 6일장도 3명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인의 상례(喪禮)에서 보기 드문 6일장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장례 일정이 길어진 건 최근 코로나19에 사망자가 급증하며 화장장 예약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유일하게 3일장을 치른 상가는 화장 대신 매장을 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화장 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1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달 1~13일 기준 사망자 중 서울에서 3일장을 치른 비율이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4일장 이상을 치렀다. 이달 1~9일 사망자의 17%가 3일장을 치렀으나 나흘 지나면서 5.7%로 급락했다. 며칠 안에 '3일장 제로(0)'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의 화장장이 급증하는 사망자를 감당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서울보다 다소 낫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달 1~9일 전국의 3일장 비율이 47.4%에서 1~13일 39.7%로 떨어졌다. 1월은 86%, 2월은 78%였다.

15일 코로나19 사망자는 293명으로 사상 최대치이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달 둘째 주(6~12일) 사망자는 1348명이다. 전주 901명의 1.5배로 늘었다. 한달 전인 지난달 둘째 주(187명)의 7.2배가 됐다. 이달 둘째 주 사망자의 94%가 60대 이상 고령자이다. 10대 이하도 2명이 숨졌다. 최근 5주간 사망자의 45%가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1차 접종자이다. 18%는 2차 접종까지만 했다. 37%는 3차 접종자이다.

화장장을 못 구한 일부 유족은 장례식장에 3일만 빈소를 차리고 시신을 안치한 뒤 화장장이 나오길 대기한다. 장례식장의 빈소는 비어있지만 안치실은 꽉 찬 상태라 장례식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15일 빈소를 차리려는 문의가 22건에 달했지만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중수본은 지난 11일 화장시설의 운영시간과 가동횟수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15일 오후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서울시립승화원 예약 현황을 확인해보니 19일 5일장 화장까지 예약이 다 차 있었다. 일부 취소분을 잡으려는 대기자 현황만 나왔다. 승화원이 운영시간을 늘려 19일 화장시간을 몇 차례 올리자마자 1~2분 사이에 사라졌다.

손정원 그리다상조 본부장은 "지난달까지 4일장 화장이라도 잡을 수 있었는데 이달 초부터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5일 차 예약도 잡기 어렵다. 6일차는 0시에 오픈하는데, 이걸 잡으려고 매일 밤 대기한다"며 "3일장 하려면 지방 화장장에 갔다 와야 한다. 모든 게 악순환이다"라고 말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심각 정도를 넘어섰다. 시신이 쌓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6일장으로 떠밀린다. 안치용 냉장고가 부족해 어떤 장례식장은 고인을 냉장고 밖에 내놓기도 한다"며 "국가 재난에 화장 회차를 늘려야 하는데 협조가 잘 안 된다. 고장에 대비해 예비용으로 남겨둔 화장로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서울은 원래 화장장이 부족한데, 코로나19 때문에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며 "경기·인천·충청·강원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의 화장장들이 운영시간과 횟수를 늘려 분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화장장은 60개(화장로 316개)가 있고, 화장률은 90%가 넘는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9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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