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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러시아 지원땐 상응 결과" 양제츠 "중국에 먹칠 말라"

중앙일보

입력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만나 7시간 회담했다.[신화=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만나 7시간 회담했다.[신화=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우크라 사태로 머리 맞댄 미ㆍ중 #7시간 마라톤 협의했지만 평행선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에 러시아에 군사적 또는 경제적 지원을 하면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정세와 중국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중국이 의향을 보였다면서 중국을 압박했으나, 이날 회담에서 중국을 단념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이르면 16일(현지시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美 "중국의 러시아 지지 우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양측은 미·중 관계의 전반적인 이슈를 다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광범위하게 대화했다"면서 "긴장 고조 상황에 놓인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현시점에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깊이 우려한다"면서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런 우려와 (중국의) 특정 행동의 잠재적인 영향과 결과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에서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아시아 동맹까지 대러 제재에 전례 없이 단합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위 당국자는 "회담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해 7시간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됐다"면서 "솔직하고 직접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미국 정부는 이날 별도로 일부 언론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공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동맹에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외교 전문을 통해 나토 동맹과 몇몇 아시아 국가들에 이 같은 정보를 전달했고, 중국은 이런 계획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기밀 정보를 놓고 평소보다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허위 정보에 대응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회담 전날인 1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와 지원을 요청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부인한 바 있다.

중국 측 대표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미국 측과 회담한 뒤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측 대표단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미국 측과 회담한 뒤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中 "중국에 먹칠" 반발 

이날 회담에서도 양제츠 위원은 “지금에 이른 우크라이나 상황은 중국이 보기를 원한 바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입장을 왜곡·먹칠하는 어떠한 언행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변했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베이징 겨울올림픽 후로 연기하도록 요청했고,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 요청을 수락했다는 서구 언론 보도에 반발하면서 강도 높은 외교 용어를 동원했다.

중국은 또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중 관계, 대만·북핵 등 다른 문제와 분리 접근했다. 이날 회담 결과 역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입장 천명”과 “양제츠·설리번 회담 거행”으로 이분해 관영 신화사가 각각 발표했다.

신화사는 우크라이나 관련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 새로운 내용이나 미국 측 요구, 러시아 제재에 대한 입장은 발표문에 전혀 담지 않았다.

대신 양 위원은 “중국은 평화회담을 촉진하는 데 힘썼다”며 “국제사회는 마땅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이 조속히 실질적 성과를 거둬 상황이 빨리 진정되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 도우면 제재" 경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도우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면서 "우리가 전달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위반하거나 전쟁을 지지하는 군사적 지원이나 다른 원조를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물질적 지원이든, 경제적 지원이든, 재정적 지원이든 모든 형태의 지원 제공의 범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지원도 우리에겐 큰 우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어떠한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만큼 중국이 러시아 지원에 나설 경우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꼽힌다.

미국과 동맹의 대러 제재를 방해하는 중국 기관이나 개인을 겨냥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할 경우 그 여파가 한국에 미칠 수 있다. 국제 경제에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를 도우면 이번 전쟁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중국은 상당한 제재에 자신을 노출해 스스로 왕따(pariah)가 되는 것을 의미하고, 거부하면 최소한 미국 및 서방과 선택적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그리고 21세기에 결정적 순간"이라고 적었다.

"북한 문제, 조만간 깊은 대화" 

설리번 보좌관과 양 위원은 회담에서 북한 관련한 논의에도 주안점을 뒀다.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도 우리의 관심을 요구하는 긴장 고조 상황이어서 논의했다"면서 "이 문제에 책임 있는 양측 관료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대화를 심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최근 북한의 단계적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양 위원에게 이러한 우려뿐만 아니라 이 시점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믿는 조치와 중국과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일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 성능 실험 등 긴장을 끌어올리는 행위와 관련해 중국이 역할을 해 줄 것을 미국이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협력해 온 역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중국 협조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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