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헤르손 함락에 마리우폴도 포위…남부 조이는 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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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거리에서 러시아군 트럭과 탱크가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거리에서 러시아군 트럭과 탱크가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해안의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을 2일(현지시간) 장악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지난 24일 개전 이후 일주일 만이다. 3일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어 동남쪽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북서쪽 인구 28만의 주요 도시 헤르손을 장악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선을 통제하면서, 서쪽으로 오데사를 향해 진군할 수 있는 전략 요충지를 확보했다. 헤르손은 드네프르 강과 흑해를 품고 있으며, 남쪽 크림반도에 바로 인접해 있다.

러, 마리우폴 향해 무차별 포격

헤르손에 이어 해안선 동쪽 마리우폴도 러시아군이 포위해 무차별 포격과 공습을 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3일 CNN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성명을 내고 "러시아 침공 이래 가장 힘든 날을 보냈다"고 밝혔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도 2일 BBC 인터뷰에서 "15시간 동안 지속된 포격으로 인도주의적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맞았다"고 전했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러시아군이 수㎞ 떨어진 곳에서 마리우폴을 포위했으며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해 도시 일부 지역엔 수도와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도시 왼편의 인구 밀집 지역은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러시아군은 대포,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 전투기, 미사일 등 모든 무기를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속전속결서 도시 섬멸전 전환한 듯 

이를 놓고 러시아군이 기존의 속전속결 키이브 함락 전략이 우르라이나군의 저항에 막히자 이를 변경해 주요 도시를 하나씩 포위 함락시켜 전진한다는 섬멸전으로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민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한다는 전략이라 우크라이나 민간의 피해가 크게 늘어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만일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놓이면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다리가 형성된다. 돈바스 지역 바로 우측은 러시아 본토이기도 하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전략은 애초 러시아군의 목표 중 하나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서쪽으로 오데사까지 러시아군 손에 떨어지면 우크라이나는 흑해의 거점 항구를 모두 잃게 된다. 바다를 통한 물자 조달과 보급 등이 차단됨을 뜻한다.

헤르손 전투 후 우크라군 후퇴 

앞서 이고르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2일 밤 SNS를 통해 "도시에 우크라이나군은 없고, 포위된 상태"라며 "러시아 사령관을 포함한 10여명의 무장한 러시아 장교들이 시청에 들어와 이곳에 러시아 행정 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콜리카예프 시장은 시내로 진입하는 러시아군을 향해 "시민들을 쏘지 말라고 했다"고 알렸다.

콜리카예프 시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에서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북서쪽 미콜라이우로 후퇴했다. 미콜라이우는 헤르손에서 약 60㎞ 떨어져 있다.

러시아군의 헤르손 장악은 드네프르 강을 통해 연결된 우크라이나 수로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강을 따라 북진하면 우크라이나 제3의 도시 드니프로에 닿고, 더 올라가면 수도 키이우다.

ABC 뉴스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도 (지금 시점 전황에서) 헤르손을 매우 중요한 곳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오전 연설에서 헤르손 점령 사실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그들이 어딘가에 들어갔다면 일시적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AP통신에 헤르손에서 양측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점령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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