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28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강원 동해를 찾아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윤 후보는 “‘이번 선거에도 부정선거를 할 것이 명백하다’면서 사전투표를 안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국민의힘이 공명선거감시단을 발족해서 (부정선거가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 후보는 “(정부가 3월 9일) 선거날 ‘코로나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왔다’고 발표해서 여러분이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도 있다. 그러니 반드시 사전투표를 해달라”며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윤 후보는 전날 경북 포항 유세에서는 사전투표를 독려하며 “저도 첫날(3월 4일) 사전투표하겠다”고 공언했다.
“李측은 3일간 투표, 본 투표 하루로는 그들 못 이겨” 尹의 위기론
윤 후보 지지자들도 친(親)야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전투표를 포기하면 투표 기회는 단 하루뿐” “본 투표 하루로는 3일 내내 투표하는 세력을 이기지 못한다”는 등의 홍보물을 퍼 나르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당 일각에서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부추기던 것과는 영 다른 모습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지난해 9월 경선과정에서도 “21대 총선 관외 사전투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272만표 중에서 150만표 이상이 조작됐다. 전면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윤 후보 측은 지지층의 사전투표 의향이 유독 낮은 게 걱정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한국리서치·KBS 여론조사(2월 24~26일)에서 윤 후보 지지자 중 18.6%만 ‘사전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 지지자의 응답 비율(46.2%)을 크게 밑돌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 캠프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핵심 지지층인 6070세대 중에 21대 총선 당시처럼 ‘조작설’을 우려해 본 투표를 고집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사전투표 의향이 낮은 것”이라며 “오미크론까지 겹쳐 본 투표를 못 하게 되면 득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어르신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강세를 보여 온 20대의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나를 위해 사전투표” 캠페인 벌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도 사전투표에 기대가 크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28일 선대위 회의에서 “신분증만 지참하시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의 사전투표장에서 투표하실 수 있다. 많이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사전투표장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선택해달라”는 독려 논평을 냈다. 이 후보 역시 3월 4일 주소지인 경기 성남에서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다.
캠프 메시지총괄을 맡은 카피라이터 정철씨는 28일부터 온라인에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후보 지지자가 사진을 보내오면 ‘나를 위해 사전투표’라는 문구가 담긴 웹 포스터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지지자들도 “부모님, 가족, 친구, 애인과 함께” “우리 가족은 결정했어요” 등의 문구가 담긴 웹 포스터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뿌리고 있다.
이 후보 캠프 핵심 의원은 “이 후보 지지층이 많은 35세 이상 60세 이하의 사회활동이 많은 연령대에 사전투표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이 “망설이지 말고 지기 전에 찍자”라며 아직 이 후보에 거리를 두고 있는 일부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에 호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율 26.1%…李·尹 “30% 넘으면 우리가 유리”
대선 사전투표는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사전투표율은 26.1%였다. 두 후보 측은 모두 “사전투표율이 30%를 넘기면 우리가 유리하다”고 주장 중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사전투표일 직후부터는 관망세였던 중도·무당층도 본격적으로 표심을 드러내면서 판세가 분명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두 후보 쪽 모두 사전투표율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을 통해 기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하는 권역별 사전투표율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지층의 본투표를 견인하는 효과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만약 윤 후보가 우세한 대구·경북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이 후보 쪽이 더 결집하고, 반대로 호남 지역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윤 후보 지지자들이 본 투표장에 몰리는 역(逆)결집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