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돼도 버텼는데…길 잃어 코앞서 金 놓친 선수 "난 바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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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점프에서 1위에 오른 뒤 우승을 예감한 듯 포효하는 레베르. [AP=연합뉴스]

스키 점프에서 1위에 오른 뒤 우승을 예감한 듯 포효하는 레베르. [A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을 딛고 극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노르웨이 스키 간판 얄 마그누스 리베르가 경기 중 길을 잃어 다 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리베르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열흘 넘게 격리됐다. 올림픽 경기 전날인 14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리베르는 이튿날인 1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키 노르딕 복합 경기 첫 날 스키 점프 경기에 출전했다. 노르딕 복합은 스키 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결합한 종목이다. 체력 소모가 무척 크다. 스키 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둘 다 하는 여자 선수가 많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여자부 경기가 열리지 않는 종목이다.

그의 실력은 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2021~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노르딕 복합 월드컵에서 15번의 경기 가운데 9번이나 우승한 선수답게 올림픽 스키 점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후보 0순위였다. 이어 열린 크로스컨트리는 스키 점프 결과에 따라 상위 선수에게 시간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식이다. 스키 점프 상위 선수가 먼저 출발한다. 결승선을 가장 빨리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이다.

하지만 레베르는 이어 열린 크로스컨트리에서 1위를 달리다 길을 잃어 8위로 밀렸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레베르는 이어 열린 크로스컨트리에서 1위를 달리다 길을 잃어 8위로 밀렸다. [AFP=연합뉴스]

스키 점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리베르는 2위에 무려 44초나 먼저 출발했다.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컸다. 10㎞ 구간의 첫 바퀴인 2.5㎞를 돌 때는 2위와 간격이 1분 가까이 벌어졌다. 남은 10㎞ 크로스컨트리에서 44초의 리드를 잘 지키면 코로나19의 역경을 딛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리베르는 착각으로 정해진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들어섰다. 뒤늦게 제 코스로 돌아왔지만 이미 다른 선수들이 그를 앞지른 뒤였다. 결국 리베르는 1위에 오히려 39.8초 뒤진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나와 안 맞는 것 같다"며 "바보 같은 실수를 했고, 전 세계에 금메달을 놓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AP통신은 "리베르가 오랜 격리 때문에 코스를 미리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베르는 "코로나19로 몸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어려웠다"며 "2주 가까이 갇혀 지내다 보니 새로운 공기도 쐬지 못했고, 격리에서 풀려난 뒤 딱 7분간 스키를 타고 경기에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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