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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 AI가 디자인 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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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박윤희(왼쪽) 디자이너가 틸다와 함께 런웨이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LG]

박윤희(왼쪽) 디자이너가 틸다와 함께 런웨이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LG]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뉴욕 패션위크(11~16일)’ 행사의 메인무대(스프링 스튜디오)에 14일(현지시간) 특별한 컬렉션이 공개됐다. ‘금성에 핀 꽃(Flowers on Venus)’을 주제로 만든 의상이다. 이날 모델들이 입고 나온 의상은 신인 아티스트 ‘틸다(Tilda)’와 패션 디자이너 박윤희 씨가 협업한 작품이다. 녹색 머리를 한 ‘틸다’는 LG AI연구원이 만든 ‘인공지능(AI) 휴먼’이다.

LG그룹은 이날 AI 휴먼 ‘틸다’를 공개했다. 틸다는 지난해 말 LG AI연구원이 선보인 초거대(Hyper-scale) AI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만든 첫 번째 AI 휴먼이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서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하는 AI를 말한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틸다는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3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창작했다. 이를 토대로 박윤희 디자이너가 200여 개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패션 브랜드 그리디어스(Greedilous)로 잘 알려진 박씨는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컬렉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번에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틸타가 창작한 이미지를 재해석해 만든 의상. [사진 LG]

틸타가 창작한 이미지를 재해석해 만든 의상. [사진 LG]

틸다는 LG의 엑사원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엑사원이 틸다의 부모인 셈이다. 엑사원은 세계 최대 수준인 6000억 개의 말뭉치, 텍스트와 결합한2억5000만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학습해 멀티모달(Multi-modal) 능력을 갖춘 초거대 AI다. 틸다가 단순 모방이 아닌 창작을 할 수 있는 이유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로 된 콘텐트 창작을 해왔던 것을 넘어 비전 모델을 통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제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라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세계 4대 패션쇼로 불리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데뷔한 틸다는 향후 독자적인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또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큰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소통하는 AI 아티스트로 활동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 측은 “올해 안에 틸다가 가진 철학을 담은 독자적인 패션 상품들과 아트 작품들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을 함께 해볼 수 있는 메타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LG AI연구원은 향후 제조·연구·서비스·교육·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2, 제3의 틸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이번 뉴욕 패션쇼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AI 휴먼 엔진을 탑재한 틸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였다”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AI’의 또 다른 형태인 틸다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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