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크라 16일 '단결의 날' 선포..."도피한 정치인·기업인 돌아오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등이 러시아의 침공일로 지목한 16일(현지시간)을 '단결의 날(day of unity)'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정재계 인사들에게 "24시간 안에 고국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최근 우크라이나의 정치인과 기업인 수십 명이 해외로 도피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나와 가족은 조국과 항상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연설과 글을 통해 "16일이 (러시아의) 공격의 날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는 이 날을 단결의 날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날 우리는 국기를 걸고, 노란색·파란색 깃발(우크라이나 국기)을 몸에 두르며 전 세계에 우리의 단결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등 서방 일각에선 러시아가 16일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6일에 모든 마을과 도시에 국기를 게양하고, 이날 오전 10시 전 국민이 국가를 제창하라는 포고령을 내렸다. 또 군인과 국경수비대의 임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결의 날을 선포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인사들을 향해선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 당신들의 직접적인 의무"라며 "24시간 안에 고국으로 돌아와 우크라이나군, 우리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가족은 항상 나와 함께 있고, 우크라이나와도 항상 함께 있다"며 "시민이란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했다.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화면.[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화면.[젤렌스키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정치인·부호 태운 전세기 20대 출국"     

14일 모스크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서방이 자국민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자 우크라이나의 정치인과 부호들이 해외로 도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3일 키예프에선 최소 20대의 전세기가 출국했다.

이들 전세기엔 우크라이나 최고 갑부와 해운 업계 거물 등이 탑승했다. 또 억만장자이자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정당 인생을위한야권연단의 부대표 이고어 아브라모비치도 전세기를 동원해 가족과 당원 50여 명을 태우고 오스트리아로 향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WSJ는 고국을 떠난 우크라이나의 정치인과 재계 거물급 인사는 지금까지 20여 명이라고 전했다.

79세인 우크라이나의 한 할머니가 민간 군사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AP=연합뉴스]

79세인 우크라이나의 한 할머니가 민간 군사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AP=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 현지 주민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훈련에 나섰다. 14일 영국 ITV에 따르면 79세인 한 할머니도 민간 군사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난 총을 쏠 준비가 돼 있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집과 도시, 아이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련에는 다양한 직종의 주민들이 참여했고, 탄약 장전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주민들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한 것은 이날 실제 러시아의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리야크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단결의 날 선포는 16일이 잠재적인 침공 날짜란 언론 보도에 대한 역설적인 대응"이라며 "다양한 '특정 날짜'가 소위 '침공 시작 일'로 언론에 거론되는 것에 우크라이나가 회의적인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서방 일각의 관측은 과장된 것으로, 우크라이나에 공포를 조장하려는 러시아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란 반응을 보여왔다.

젤렌스키 "나토 가입 원해"...숄츠 "의제는 아냐"    

14일 키예프를 방문한 독일의 숄츠 총리. [EPA=연합뉴스]

14일 키예프를 방문한 독일의 숄츠 총리. [EPA=연합뉴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계속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의 회원이 되고 싶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나토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명시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먼 꿈"이라고 표현하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바딤 프리스타이코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을 번복한 바 있다.

다만 숄츠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며 "러시아가 왜 실제로 의제가 아닌 것을 주요 정치적 문제로 만들고 있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러시아와의 긴장 완화를 모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