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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표범은 살리고 기후는 죽인다? NFT 뜻밖의 논란

중앙일보

입력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로 꼽히는 자이언트 팬더. AFP=연합뉴스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로 꼽히는 자이언트 팬더. AFP=연합뉴스

최근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NFT) 수집 열풍에 환경단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과 NFT를 결합해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 영국 지부는 이달 들어 '자연을 위한 토큰'(Tokens For Nature)이라고 이름 붙인 NFT를 공개했다. 여기엔 아무르 표범, 자이언트 팬더 등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 13종의 디지털 아트가 담겼다. 판매 수익금은 위기에 처한 동물과 그 서식지 보호에 쓰기로 했다. 3일 시작된 1차 판매는 이틀 만에 마감됐지만, 새로운 토큰을 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기금(WWF) 영국지부에서 공개한 아무르표범 NFT. 트위터 캡처

세계자연기금(WWF) 영국지부에서 공개한 아무르표범 NFT. 트위터 캡처

곧바로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엔 NFT 구매 인증이 여럿 올라왔다. 아무르 표범 토큰 사진과 함께 '자연을 위한 토큰의 행복한 주인이 됐다'고 남기는 식이다. 포더리움(Pawthereum) 등 암호 화폐 기부를 받는 일부 동물 단체들도 향후 비슷한 형태의 모금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 관련 업체도 이런 식의 동물 보호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남아공의 야생동물 스트리밍 채널인 '와일드어스(WildEarth)'는 보호구역에 사는 표범·사자·하이에나 25마리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판매하는 NFT에는 각각의 동물 사진과 이름, 등록 번호 등이 고유 일련 번호와 함께 표시된다.

해당 토큰의 가격은 200달러(약 24만원) 정도다. 판매 수익의 40%는 이들 동물의 서식지 관리인에 곧바로 전달된다. 재판매 금액의 8%도 이들에게 지급된다. 지금까지 1000건 넘게 팔렸고, 1만6000달러(약 1920만원)가 모금됐다고 한다. 네 살짜리 암컷 표범 틀랄람바(Tlalamba)가 구매자 사이에서 제일 인기 있는 동물로 꼽힌다.

와일드어스에서 내놓은 야생동물 NFT 이미지. 와일드어스 홈페이지 캡처

와일드어스에서 내놓은 야생동물 NFT 이미지. 와일드어스 홈페이지 캡처

와일드어스 공동 설립자인 그래험 월링턴은 로이터에 "우리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NFT 판매로 모금이 충분히 이뤄지면 야생동물 서식지 내 밀렵·관광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방식의 판매가 되레 기후 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FT를 만드는 기반인 블록체인이 에너지 집약적이고 방대한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존하는만큼 탄소 배출이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WWF 영국 지부의 토큰 판매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엔 이 단체 후원을 끊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그러자 WWF 측은 "우리 NFT는 친환경 블록체인에 공개했다. 각 거래마다 배출되는 탄소는 수돗물 한 잔과 같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국 드몽포트 대학의 캐서린 플릭 박사가 스카이뉴스를 통해 "환경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NFT 판매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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