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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방어" 미군 3000명 파병하며 "우크라는 안 간다" 강조

중앙일보

입력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군 2000명을 동유럽 국가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명은 유럽 내에서 재배치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총 3000명의 미군이 이동한다. [AP=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군 2000명을 동유럽 국가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명은 유럽 내에서 재배치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총 3000명의 미군이 이동한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가운데 폴란드와 루마니아, 독일에 미군 3000명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추가 배치를 공식 승인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긴장 단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조치에 나토는 환영했고 러시아는 반발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 병력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커비 대변인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2000명이 수일 내로 폴란드와 독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1700명은 우크라이나와 동쪽으로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 300명은 독일에 배치된다. 폴란드에는 현재 미군 4000명이 배치돼 있다.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1000명은 우크라이나 남쪽 접경 국가인 루마니아로 이동해 이미 그곳에 있는 미군 900명을 증강하게 될 것이라고 커비 대변인은 밝혔다.

새로 배치되는 미군 병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나토가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경우 이에 합류하게 된다. 커비 대변인은 "이 병력은 최전방 동맹국에서 우리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공격성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됐다"면서 "우리는 그들(러시아)이 며칠 안에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맹은 챙기고 참전은 피하고 싶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동유럽에 미군을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안보 위기에 놓인 유럽을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커비 대변인은 "이런 조치는 우리가 나토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돼 있으며 어떤 공격에도 억지와 방어에 나선다는 틀림없는 신호"라면서 "푸틴 대통령과 전 세계에 나토가 중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 미국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나토 (헌장) 5조와 집단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 같다"고 말했다.

나토 헌장 5조는 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게 골자다.

동유럽 추가 파병 결정은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 중시 기조를 택한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을 반영한다. 여느 미국 대통령과 달리 "나토 헌장 5조 집단방위 조항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거부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파병은 "영구적(permanent) 이동"이 아니며 "이 부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전쟁을 원치 않는 미국 국민을 의식해 이번 파병은 일시적 배치이며,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어서 나토 헌장 5조 대상 국가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대선 공약 이행 부진 등으로 지지율이 저조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전 종전 이후 해외 전쟁에 개입하지 않길 바라는 자국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24일 미군 8500명에 대해 동유럽 파병을 준비하라는 대기 명령을 내렸다. 커비 대변인은 "추가 병력이 유럽에 배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견된 미군이 철수하기 위한 조건은 제시하지 않았다. '어떤 조건이나 기준이 충족되면 파병 미군이 철수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엔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결정에 환영한다"면서 "이 결정은 미국의 다짐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결정을 비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근거 없이 이뤄진 이 파괴적인 조치는 군사적 긴장을 더 하고 정치적 결정의 여지를 좁힐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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