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양식업체서 기중기 만들다 숨진 노동자…법원 "업무 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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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양식장 (자료 사진)

굴 양식장 (자료 사진)

굴 양식업체에서 10m 높이 H빔 위에서 기중기를 만들다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노동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2017년 12월부터 경남 통영의 한 굴 양식업체에서 일해온 A씨는 2018년 9월 기중기의 일종인 '호이스트' 기둥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H빔을 돌리다가 쓰러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 뇌출혈로 결국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다. A씨가 양식장 시설 관리, 굴 양식뿐 아니라 호이스트 제작 업무와 다른 직원 관리까지 하면서 하루 평균 11시간 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호이스트 설치 공사는 고온인 야외에서 이뤄지는 데다 업무 강도도 높았다고 강조했다. 급성 뇌출혈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인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019년 "업무시간과 업무량, 구체적인 업무내역 등을 검토한 결과 업무적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유족은 거듭 재심사 등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결국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호이스트 제작 작업은 무게가 13~14톤에 이르는 H빔을 다루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한다"면서 "고인이 여름철 무더운 야외에서 작업하면서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10m 높이 H빔 위에서 작업을 한 점, 경험이나 전문적 지식이 없어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면서 "A씨가 연속 근무와 연장 근로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H빔에 힘을 가하던 중 급성 뇌출혈이 발병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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