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00년대생 다수가 '비혼주의자' 선언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18:18

2022년, 이제 막 22세에 접어든 2000년대생들. 중국에서는 결혼 적령기에 포함되는 나이다. 이에 관련 업계의 시선이 2000년대생들의 결혼과 출산에 쏠렸다. 이들이 각계 분야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2000년대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은 과연 결혼에 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무엇보다 이들의 성비가 불균형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의 제7차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2000년대생의 성비 비율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사 당시 10~19세에 해당하는 남성은 8466만 명, 여성은 7328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간 차이는 무려 1138만 명이다.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15세 이상 미혼 남녀의 성비는 152.95(여성 100명당 남성 수)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105.3으로 한국(100.4)보다 훨씬 높다.

[사진 China Daily]

[사진 China Daily]

남자 옆에 ‘또’ 남자… ‘성비 불균형 문제’, 정책 변화에도 해결 안 돼

중국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젊은 층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20년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25~29세는 106.7, 20~24세는 114.6에 달하며 15~19세 남녀 성비는 118.4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중국 경제 관련 매체 신랑재경(新浪財經)이 2000년대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행한 결과, 남성이 결혼 상대로 5살 연상의 여성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사회과학원 인구 및 노동 경제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왕(王) 씨는 중국 경제 관련 매체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와의 인터뷰에서 “성비 불균형 문제가 중국 2000년대생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르며 결혼 압박의 원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왕 연구원은 “사실 과거 인구 조사에서는 출생 기준 남녀 성비 불균형이 훨씬 더 심각했다”며 “이는 ‘1가구 1자녀’ 정책이 남아 선호 사상과 맞물려 낳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자식을 하나밖에 낳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남아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 Insider]

[사진 Insider]

왕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35년 만에 해당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까지 허용하며 통계는 성비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향후에도 이 같은 추세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농촌 남성들의 사례를 들며 혼인율 감소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2018년 말, 중국 후난(湖南)성 통계국은 〈후난 농촌 인구 구조 현황 및 변화 분석〉을 발표하며 농촌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후난성 제3차 농업 인구 조사에 따르면 후난성 농촌에 거주하는 인구 중,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인 적령기에 해당하는 남녀 성비(20~24)는 111.80에 달했다.

또 2021년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농촌의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는 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농촌의 15~19세 남녀 성비는 126.24이며, 20~24세, 25~29세의 성비 역시 120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Education Consultants in Patna]

[사진 Education Consultants in Patna]

‘성비 불균형’ ‘본인의 미래 중시’… 고민 많은 2000년대생, “차라리 결혼 안 할래요”

성비 불균형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 속, 중국 2000년생들 사이에서 ‘결혼’ 자체에 대한 화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2000년생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견은 이전보다 더 다양해졌다. 21세기경제보도는 인터뷰 결과를 인용해 이들 가운데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인 류(劉)모씨는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소개했다. 류모씨는 “결혼이란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다”며 “예를 들어 결혼 상대방의 가정 교육 배경이라든지, 미래 자녀 계획 혹은 교육 방법이라든지 고민거리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미래에 아이를 낳고 싶게 된다면(과연 지금의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결혼할 수도 있다”며 결혼에 대해 열린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류모씨가 비혼주의자 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그의 성장 배경과 관련 있다. 그는 앞서 설명했던 ‘성비 불균형 문제’에 대해 두 눈으로 확인하며 자라온 세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현재 대학교 때까지 교실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관해 설명하며 “당시에 한 클래스에 22명이 있었는데 여성은 단 7명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때는 30명의 반 인원 중 여성은 11명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China daily]

[사진 China daily]

물론 ‘성비 불균형’만이 2000년생들을 비혼주의자로 내몬 것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본인의 미래를 더 중시하는 점도 이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올해 대학생 1학년인 왕(王)모씨는 ‘남성 수가 여성 수보다 많은 점’도 문제지만 본인의 결혼 결정 여부에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본인의 미래에 더 집중하고 싶어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왕 연구원은 딩크족(결혼은 하되, 아이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나 비혼주의자가 중국에서도 증가하고 있으며, 증가 속도 역시 세대를 거듭할수록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왕 연구원은 2005년 베이징의 비혼·비출산 여성 통계와 90년대의 통계를 비교하며, 전체 여성 중 비혼·비출산 여성이 1000분의 1에 해당했는데 지금은 이 비율이 100분의 1로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 선전(深圳)으로 대표되는 대도시에서 특히 ‘독신, 미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여성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구 통계학자인 황원정(黃文政)은 2000년대생이 비혼을 결정한 이유로 ‘집값 상승’을 꼽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맞벌이를 하더라도 베이징 대도시에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황원정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에 우호적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Beijing Review]

[사진 Beijing Review]

해결될 기미 안 보이는 ‘성비 불균형’, 비혼뿐 아니라 각종 사회 문제 초래할수도...

왕 연구원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2000년대생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가 혼인과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며, 넓게는 중국 전반적인 사회 구조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떠오르는 ‘독신 경제(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독신 붐이 일면서 싱글족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는 경제 소비 트렌드)’를 주축으로 소비 활동이 왕성해질 수 있으나, 노년 부양비 증가 등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지금보다 더 산아제한 정책을 개방함으로써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0년대생의 혼인율을 높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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