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답이다" 中, 기술주권 확보 위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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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술 분야가 미중 신냉전의 핵심 전선으로 부상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안보와 인권 등 명분을 앞세워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 굴기를 저지하는 데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영역으로 중국 기업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리더십 확보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강도 높은 견제와 기술 동맹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 계획’을 통해 기술주권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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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자립 실현하고 내수 중심 생태계 구축 나선다

우선 정부 주도의 전략 기술 산업을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 이내에 연구개발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을 7%대로 유지하고, 기초연구 분야의 투자 비중을 8%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1만 명당 고부가가치 특허를 12개로 올리는 한편 GDP 중 신흥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17% 정도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혁신 지원

특히 과학기술 혁신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가 전략적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혁신 체제와 메커니즘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관련 기업의 기술혁신 능력을 향상하는 데 지원책을 펼치면서 국가 차원에서 관련 인재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제조강국’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략적 신흥산업을 육성하고 디지털화를 통해 산업 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7대 과학기술 분야(AI,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 임상의학 및 건강, 우주 극지 심해) 및 8대 첨단산업 분야(첨단 신소재, 중대기술 장비, 스마트제조 및 로봇기술, 항공엔진 및 가스터빈, 베이더우 산업화 응용, 신에너지 자동차 및 커넥티드카, 첨단의료장비 및 신약, 농업기계장비)를 지정, ‘과기혁신혁신 2030 중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밖에도 국가실험실 건설, 핵심기술 연구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과 실물경제를 통합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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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 정부 역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이 같은 장기 계획에 힘을 보태고 있다.

AI 분야에서 중국 정부는 2025년 말까지 베이징시를 세계적인 ‘AI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에는 베이징국가AI혁신응용선도구가 정식 출범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와 스마트 시티 건설, 스마트 제조와 스마트 커넥티드 카 등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2025년 말까지 베이징시를 AI 도시로 구축할 예정이다.

또 베이징은 시 정부 차원에서 ‘첨단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해 향후 5년간 GDP 중 첨단산업 부가가치 비중을 30% 이상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1조 위안급 산업클러스터 4~5개를 육성하고, 제조업 부가가치 지역 GDP 비중을 13~15%까지 달성한다는 등 목표를 수립했다. 특히 이 기간에 베이징시는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 건설, 첨단산업 경제구조 구축, 징진지(京津冀, 북경-톈진-허베이) 산업 협력 발전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은 주요 과학기술 인프라 효율화를 통해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가중점실험실, 제조혁신센터 등 기술혁신 거점의 효율화 및 연계성을 강화하고 국가공정연구센터, 국가기술혁신센터 등의 효율화를 제고한다.

또 중대 과학기술 혁신 플랫폼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일단 전략유도형, 응용지원형, 선행선도형, 민생개선형 등 4개 유형의 과학기술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혁신 클러스터(경제기술개발구, 첨단기술산업개발구 등)와의 연계성을 강화한다.

[사진 CG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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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중국 정부는 ‘제로투원 기초연구 강화 방안’과 ‘기초연구 10개년 행동계획(2021~2030)’ 등을 발표해 기초 연구 지원 강화에 나섰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 6일 ‘2022년 전국 과학기술공작회의’를 통해 올해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과 주요 임무를 제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과기부 측의 설명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2022년 ‘기초연구 10년 계획’ 시행을 통한 핵심 기술 난관 극복 ▲과학기술 성과 응용을 통한 성장 추진 및 민생 개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탄소 배출 절정 및 탄소중립’ 실천 및 친환경·저탄소 전환 등 주요 임무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기초과학 연구 장려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상하이시는 지난해 10월 기초과학 연구 혁신에 초점을 맞춘 '기초연구 고품질 발전 추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에 포함된 내용 중 핵심 계획은 ‘기초연구특구 설립’이다. 상하이시는 특구 설립 이후, 일부 대학교와 과학연구원의 중점 분야와 연구팀을 대상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과학연구 자주권이 주어진 ‘기초연구특구’에서는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하거나 팀을 조직할 수 있고 자체 사용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민간기업 지원 및 관리체제 개선 통해 핵심 산업 자립 유도

중국 정부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기술 제재가 집중되는 영역의 민간 기업 연구개발과 유치를 확대하고 핵심 부품 장비의 기술 자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금융지원 강화에 적극적이다.

일반적으로 과학혁신 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편이다. 이들 기업은 리스크가 높고 필요한 자금이 많은데 투자금 회수 주기가 길기 때문이다. 은행을 통한 간접 융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많이 든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커촹반(科創板, 과학창업반)을 적극 활용했다.

커촹반은 자금 조달 어려움에 부닥친 과학혁신 기업에 편리한 직접 융자 루트를 제공,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지난 2년간 커촹반에 상장한 311개 기업의 자금 조달액은 총 3805억 500만 위안(71조 2039억 65만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A주 IPO 자금의 43%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금융지원 제도 개선 ▲지재권 저당 융자, 과학기술 보험 등 과학기술 관련 금융상품 개발 ▲융자 채널 원활화 등 자금 조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기술 혁신 지원도 강화한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첨단 산업 분야의 연구개발 ▲첨단기술기업 및 과학기술형 중소기업 세제 혜택 강화 ▲최초의 중대기술장비 보험·보상 및 장려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한다. 또 발명자 소유권 및 보상을 강화하거나, 국제기술센터를 설립하고, 공공기술 사업화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등 기술 사업화 활성화 정책을 마련했다.

[사진 신화통신]

[사진 신화통신]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해 지식재산 제도를 정비하고 글로벌 표준 영향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지식재산권 강국 건설 요강(2021~2035년)'을 발표해 2025년까지 특허 집약형 산업의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또 코로나19로 빨라진 디지털 경제 발전에 맞춰 디지털 분야 지재권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해당 분야의 지재권 보호를 위해 ▲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AI) 심사 규정 완비 ▲데이터 지재권 보호 규정 수립 ▲지재권 침해 온·오프라인 통합 대응 등이 발표됐다.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은 국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고위급 다자간∙양자간 '클라우드 협력'을 통해 244개 제품이 중국-유럽연합(EU) 지리적 표시제(GI)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중국은 국제 표준에서 자국 기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선제로 독자적인 표준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기술규범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China plus/东方IC]

[사진 China plus/东方IC]

‘기술이 답이다’ 미래기술 및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

중국 교육부는 기술 관련 핵심 인재 양성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2018년과 2020년에 공개된 대학교육 개혁조치의 후속으로 지난해 6월 ‘미래기술학원’으로 선정된 12곳의 대학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베이징대, 칭화대, 베이징항공항천대, 상해교통대 등이 포함됐다.

이곳에서는 융복합 기술, 전략적 필수 확보 기술, 프론티어 기술 등 세 가지 유형의 미래 기술 분야에서 핵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대학별 특성화 전공 분야 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또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과학보급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관련 인재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무원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과학보급 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에 과학혁신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 CSIS]

[사진 CSIS]

교사의 과학 수준을 높이기 위해 관련 과목을 교원 양성과정에 포함하고 관련 기능훈련도 강화키로 했다. 특히 IT, 상용기술, 과학, 화학 등 학과의 인재양성 역량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중국은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추진,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관리하고 전략 자산화를 통해 기술 자립을 실현할 전망이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자료: STEPI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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