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종인과 갈라선다…'선대위 해산' 오늘 직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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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의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완전히 해산한 뒤 제로 베이스에서 선거대책본부를 다시 구성하는 안을 발표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기존의 상임 및 공동선대위원장 직도 모두 없앨 방침이다. 윤 후보가 사실상 김 위원장과의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는 4일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 불참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윤 후보가 직접 주재하던 회의다. 대신 종일 자택에 칩거하며 선대위 쇄신 방안과 관련한 장고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무총장을 맡은 권성동 의원이 이날 오후 6시부터 2시간여 동안 윤 후보의 자택을 방문하고 나온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선대위 쇄신 방향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선대위를 해체한 뒤 실무형 선대위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오른쪽)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오른쪽)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가 잠정 확정한 쇄신안에 따르면 기존 선대위를 대체할 새 기구의 명칭은 ‘선거대책본부’가 유력하다. ‘총괄-상임-공동’의 3단계 선대위원장직을 모두 없애는 대신 정책ㆍ홍보 등 핵심적인 5개 팀을 후보 직속으로 둘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김 위원장의 선대위 내 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후보 직속의 ‘초슬림형’ 선대본부 출범과 함께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 측은 “후보가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국민을 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으로부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으로 지목돼 공격 대상이 됐던 권성동 의원은 선대위 당무지원총괄본부장뿐 아니라 사무총장직을 자진 사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당 내홍을 두고 당 안팎에서 ‘김종인ㆍ이준석 대 윤핵관’의 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칼 들었다” 尹측 반발

앞서 이날 윤 후보가 이틀째 공식일정을 취소한 뒤 칩거하면서 당 안팎에선 윤 후보의 의중을 두고 각종 해석이 나왔다. 특히 윤 후보는 전날 김 위원장의 일방적인 ‘선대위 쇄신’ 방안 발표와 소위 ‘연기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때문에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결별 가능성이 제기됐고, 실제로 윤 후보도 이 문제를 밤늦게까지 숙고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이날 오후 당사 기자실을 찾아 진화에 나섰다. 임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윤 후보를 패싱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3일) 9시 선대위 회의 당시 여러 의원이 선대위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김 위원장이 결심했고, 기사가 바로 터져 나올 것을 우려해 후보와 상의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말을 아끼던 윤 후보 측의 반응은 격해졌다. 윤 후보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묻는다면 1번이 윤 후보, 2번은 김종인 위원장, 3번은 이준석 대표”라며 “김 위원장은 지난 한 달간 선대위 전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인제 와선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칼을 빼 드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윤 후보 측 인사는 “내부 총질에 나선 이준석 대표 문제를 김 위원장이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무슨 해결을 한 게 있느냐”며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윤 후보를 ‘패싱’하고 이 대표와 내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쌓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간 김종인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였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는 선대위 6개 본부장보다 이름과 책임이 더 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들이 일차적으로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어제 후보가 무엇 때문에 일정을 다 취소하고 당사로 돌아왔겠느냐. 사표를 내고 안 내고는 김종인 위원장 본인의 마음이지만, 후보는 다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선대위 배제설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건 모른다. 후보의 마음을 내가 알 수가 없으니까”라면서도“그런 건 나하고 관계가 없다. 미안하지만 그런 질문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야”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김 위원장 결별 가능성’이 당내에 확산하자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선대위 관계자들의 윤 후보 설득 노력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상당수 인사가 김 위원장과 결별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전달하며 윤 후보에게 김 위원장 쇄신안의 수용을 요청했다”며 “당면한 목표가 대선 승리인 만큼 윤 후보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의 사실상 결별을 선택하면서, 그간 김 위원장과 호흡을 같이 해온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도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강세를 보여온 중도층과 이 대표가 견인해온 2030의 표심을 오롯이 윤 후보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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