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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양도세 李·尹 ‘온도 차’…정부는 보유세 완화 검토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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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에게 무겁게 물리는 양도소득세를 어떻게 완화할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양당 대선 후보 모두 같았지만, 세부 해법에서 온도 차가 뚜렷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다주택자에게 기회를 한 번은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중에 매물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채를 팔면 기본 6~45%에 20%포인트(3주택자 30%포인트)를 더한 세율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 후보는 한시적으로 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와 청와대 모두 중과 유예에 반대하자 이 후보는 한발 물러선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날 이 후보는 “(내년) 3월 9일에 선거는 끝나니까 그때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내년) 12월까지 해서 ‘4ㆍ3ㆍ3’ 이렇게 하든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4개월은 전면 유예, 3개월은 절반 감면, 마지막 3개월은 4분의 1만 면제해주는 안이다. 이 후보 자신이 원래 공약했던 ‘6ㆍ3ㆍ3’을 살짝 틀었다. 단계적으로 유예를 해준 뒤 2023년 원래대로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정책총괄본부단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정책총괄본부단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신 해법에 있어 이 후보와 차이가 확연했다.

지난 25일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한 윤 후보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소위 매점매석 때문이란 (현 정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양도세도 너무 과도하게, 증여세를 넘어서게 올려버리니 안 팔고 자식에게 증여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다주택자 물량이 시장에 좀 나올 수 있게 세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중과세를 유예하는 게 아니라 보유세처럼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장기적으로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3월 이후로 밀린 주요 정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3월 이후로 밀린 주요 정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편 정부는 1세대 1주택자 보유세 개편 방안에 대한 세부 검토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추진했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접었던 고령자 과세 유예도 논의 대상이다.

집이 한 채인 고령자 가운데 ▶만 60세 이상 ▶종합소득금액 연 3000만원 이하 ▶주택분 종부세액 250만원 초과 등 조건을 갖춘 사람에 한해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내용이다. 몇 년 한시가 아니라 고령자가 집을 팔거나 상속ㆍ증여하기 전까지 납부를 미뤄주는 방향이다.

정부, 장기 거주 세액공제 신설 재검토

올해 추진됐다 폐기됐던 장기 거주 세액공제(10%) 신설안도 재검토되고 있다.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면 세액공제 10%를 더 해주는 안이다. 다만 고령자, 장기 보유까지 합쳐 공제율을 최대 80%까지만 적용하는 방침은 그대로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상속 주택, 중종 보유 주택, 공동체 마을 주택 등 부득이한 이유로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의 종부세 등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은 내년 1월 발표하기로 했다. 또 내년 보유세 부담 상한(전년 대비 일정 비율 이상 세금을 높이지 못하게 한 제도. 현재 150%)을 낮추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아예 내년 한시적으로 상한을 100%로 설정해 사실상 보유세를 동결하는 효과를 내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넣었다.

다만 홍 부총리가 예고한 1주택자 보유세 개편안 발표 시점이 대선이 있는 내년 3월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대선 향방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부 방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여야 후보 간 양도세ㆍ보유세 관련 입장차가 큰 것도 시장 혼선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변수에서 세법 등 경제정책을 보호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의 모습인데, 경제정책의 콘트롤타워인 기재부가 (대선이 있는) 내년 3월에 정책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고려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현 정부가 대선을 빌미로 임시방편을 내놔 잘못을 덮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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