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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믿고 3000개 생치센터 감축…1500명 병상대란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13일 수도권 내 병상 대기자가 1533명을 기록했다. 전날 1739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찍은 이후 두 번째 많은 수치다. 방역당국은 병상 대기자 절반 정도가 생활치료센터(생치센터) 입소를 대기하는 인원이라고 밝혔다. 한때 50%까지 떨어졌던 생치센터 가동률은 현재 68%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확산 세라면 병상 대기자는 금주 중 2000명 선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드 코로나 후 생치센터 역할 축소 

병상 대기 인원이 급증한 건 일차적으로는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작 이후 확진자가 늘어난 탓이지만, 생치센터 병상을 줄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과거 미성년,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하던 재택치료 대상자를 11월 이후 입원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ㆍ경증 확진자로 확대했다. 높은 접종률 영향으로 대부분 경증ㆍ무증상 확진자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존에 경증ㆍ무증상 확진자가 가던 생치센터는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8일 기준 생치센터는 총 90개소 2만4개의 병상이 있었으며 가동률은 전국 51.7%, 수도권 57.6%였다. 반면 11월 28일 0시 기준으로는 86개소 1만6934병상으로 약 3000병상이 줄었다. 가동률은 전국 63.8%, 수도권 72.2%로 10%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지난 11월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상황실에서 운영총괄반 직원이 센터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관제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1월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상황실에서 운영총괄반 직원이 센터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관제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후 병상 대기자와 위중증ㆍ사망자가 연일 늘어났다. 10월 31일~12월 4일 병상(생치센터 포함)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진 확진자가 29명에 달한다. 11월 29일 정부는 또다시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다. 모든 확진자 대상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해 의료 체계 부담을 더는 동시에 수도권 중심으로 생치센터를 추가 개소해 재택치료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생치센터 추가 병상은 2000병상이다. 하지만 13일 현재 생치센터는 86개소 1만7333병상으로 지난달 말보다 399병상 늘어난 것에 그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생치센터 확보가 더딘 것 아니냐’는 질의에 “생치센터의 경우 대부분 연수원이나 교육원 등을 이용해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해서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며 “현재 서서히 확충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확충해 목표 병상인 2000병상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상 대기·위중증 줄이려면 재택치료 대상 축소해야

이런 상황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병상 대기자를 줄이고 위중증ㆍ사망을 줄이려면 당분간 재택치료 대상자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드 코로나에 따라 재택치료 원칙을 택하는 방향성은 맞지만, 중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번 위기를 넘기려면 고위험군 확진자의 병세가 악화하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처음엔 무증상ㆍ경증이라도 곧 상태가 악화될 확률이 높다”며 “재택치료 예외 대상으로 지정해 확진되면 처음부터 생치센터에 입원시킨 후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재택치료만 강조하다 보니까 중간 단계가 생략됐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고위험군의 경우 생치센터→감염병 전담병원→중환자전담병원 3단계를 거치면서 위중증화를 막아야 했는데 지금은 재택치료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대기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생치센터 역할 확대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물론 코로나19 환자를 일상적 의료 체계 내에 포함한다는 원칙은 적절한 방향”이라면서도 “재택치료를 하려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훈련된 의료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긴급 의료 인력 체계도 확보돼 있어야 했는데 인프라가 부족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생치센터에선 그나마 집단으로 모아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령자, 기저질환자를 우선 배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달이 지나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K-방역이 밑바닥부터 흔들렸는데도 재택 치료를 확대한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정부가 왜 밀어붙였는지 의아하다. 위기 대응 리더십이 실종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생치센터는 치료보단 격리와 관찰 기능을 하는 곳”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재택치료랑 본질적인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택치료가 여건상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 보완적 차원에서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위드 코로나로 가는 차원에서는 결국 재택치료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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