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입문 30년만에 무직된 메르켈 “일단 낮잠·독서, 몇달 간 나 찾지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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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퇴임 후 조용히 지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일 총리 이·취임식 참석 모습.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퇴임 후 조용히 지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일 총리 이·취임식 참석 모습. [EPA=연합뉴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어떤 외부 일정에도 참석하지 않겠다.” 앙겔라 메르켈(67) 전 독일 총리의 말이다. 지난 8일 올라프 숄츠 총리의 취임식에 참석한 그는 당분간 자신을 찾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부터 메르켈은 무직이다.

199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한 메르켈은 30년가량 쉼 없이 달려왔다. 그가 현직에 있을 때 누군가 퇴임 후 계획을 물으면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총리 퇴임을 앞둔 지난 9월에는 “67세에 접어든 나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여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뭔가를 읽으려다가 피곤해서 눈이 감기기 시작할 것 같다. 그렇게 잠시 낮잠을 자고 난 뒤 내가 어디에서 등장할지 지켜보자”는 말을 남겼다. 퇴임 후 독서와 낮잠을 누리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메르켈은 이미 베를린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사무실 인력으로 아홉 명을 배치해 달라고 연방하원에 요청했다고 한다. 사무실 관리자 두 명, 비서 두 명, 사무원 세 명, 운전기사 두 명이다.

여러 연구기관에선 양자화학을 전공한 메르켈에게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르켈은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며 선을 그었다. AFP통신은 “메르켈이 수많은 대학에서 순회강연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화여대(2010년)를 포함한 세계 19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르켈은 퇴임 후 매달 연금으로 1만5000유로(약 1994만원)를 받는다. 독일은 고위급 정치인이 퇴임 후 1년~1년 6개월 동안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고문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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