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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의 독보적 디자인, 한국 MZ세대로부터 영감 받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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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상엽 현대차 현대디자인담당이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캐스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전무는 “현대차가 이뤄낸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차]

이상엽 현대차 현대디자인담당이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 캐스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전무는 “현대차가 이뤄낸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 엠블럼을 달고 재탄생을 거듭하고 있는 그랜저·쏘나타·아반떼·싼타페·투싼 모델들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네시스 모델들도 마찬가지다.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전조등·후미등을 중심으로 같은 디자인을 공유하던 예전과 다르다.

변곡점은 2016년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아우디·포르셰·벤틀리 등에서 20여년간 몸담았던 디자이너 이상엽(52) 전무가 합류하면서다. GM 디자이너 시절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범블비’로 등장했던 쉐보레 5세대 ‘카마로’를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차 현대디자인담당을 맡고 있다. 지난달 제23회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서 개인 부문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올 초에는 프랑스 국제자동차페스티벌(FAI)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아이오닉5를 비롯해 현대차 팰리세이드, 7세대 아반떼, 4세대 투싼, 제네시스 G80·GV70·GV80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캐스퍼가 전시된 경기도 용인의 캐스퍼 스튜디오를 인터뷰 장소로 선택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다. 출시 첫날 사전계약 기록을 새로 썼다. 이 전무는 “가장 애정이 가는 차종 중 하나”라며 “현대차가 이뤄낸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했다.

캐스퍼 디자인에서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서부터 출발해 차의 정체성을 빚어낸 발상의 전환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감의 원천은 한국의 MZ세대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세대이자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면서 즐거운 꿈을 실현하는 세대다.”
경차 디자인은 처음이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미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차급이 작은 데서 오는 제약 조건이 있었는데 ‘제약은 저주의 얼굴을 한 축복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다. 차가 작다고 하면 아쉬운 공간성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복잡한 도심을 누비기에는 참 좋다. 운전하기도 주차하기도 수월하다. 이런 장점에 독보적인 캐릭터를 입힌다면 히트할 거라 생각했다. 돈이 없어 사는 게 아니라 효율성과 디자인이 좋아 사는 경형 SUV가 목표였다.”
현대차는 자동차회사가 각자 추구하는 ‘패밀리 룩’을 버렸나.
“차의 크기와 형태가 달라도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보여주던 ‘패밀리 룩’이 아닌 ‘현대 룩’을 디자인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현대 룩’은 픽셀(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램프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 등을 통해 정체성을 알린다.”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 내연기관차와 달라져야 하는 디자인 요소가 있을까.
“공기흡입이 필요 없으니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이 지금과는 달라지면서 자동차회사마다 전혀 다른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아이오닉 시리즈에서 중점을 두는 건 실내 공간이다. 아이오닉6는 개인 오피스 콘셉이다. 이제는 차가 운전하는 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화되고 있다.”

이 전무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디자인은 내년 출시 예정인 7세대 그랜저 ‘GN7’이다.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켜온 터라 현대차 안팎에서도 내년 가장 기대되는 모델로 꼽힌다. 그는 “1세대 각(角)그랜저의 오마주(헌사)일 것”이라며 “그랜저의 명성이 주는 중압감도 있지만, 각의 묘미를 살려 현대차의 플래그십다운 면모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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