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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테슬라 외쳤더니…수익 한푼 안 나도 폴크스바겐 제친 회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익 0’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기업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미 뉴욕 증시에 리비안이 상장한된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리비안의 전기차 픽업트럭 R1T가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미 뉴욕 증시에 리비안이 상장한된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리비안의 전기차 픽업트럭 R1T가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리비안의 주가는 전날 대비 15% 급등한 172.01달러(약 20만3500원)로 장을 마치며 시총 1467억 달러(약 174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시장 가치 1390억 달러를 넘어선 규모로 지난 10일 나스닥 상장 7일 만(5거래일)이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시총 1위는 테슬라(약 1조 달러), 2위는 일본 도요타(약 3000억 달러)다. 리비안의 공모가는 78달러였으나 106.75달러로 첫 거래를 시작해 16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리비안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0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9월 전기차 픽업트럭 ‘R1T’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인도된 차량이 150여 대에 불과하다. 그래서 적자는 이어지고 출하량도 크게 늘리지 못해 당분간 이런 상황을 모면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비안은 수익이 전혀 없는 미국의 최대 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시장 활성화 바람 타  

리비안의 주가를 부양하고 있는 건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다. 블룸버그와 CNN 등 주요 외신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 심리가 리비안 주가를 계속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주식 매각으로 주가가 출렁이긴 했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기대감을 상승시킨 주역이다.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테슬라의 주가는 1000달러를 넘어서며 ‘천슬라’가 됐고, 이달 초에는 12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NBC 주식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아무것도 없는데 끝없이 올라가는 주식을 본 적이 없다”며 테슬라 가치가 과장돼 있다고 비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비안은 물론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가 한 번 충전으로 837㎞를 달리는 ‘에어드림 에디션’을 고객에게 인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계속 끌어올렸다. 16일 루시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 폭등한 주당 55.52달러에 마감했다.

피터 롤린슨 루시드 CEO는 “전기차 스타트업의 주가와 시총이 기존 완성차 업체를 넘어 결국 업계 리더인 테슬라처럼 되는 건 긴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주가 급등은 월가가 루시드는 기존 업체보다 테슬라 같은 회사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EPA=연합뉴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EPA=연합뉴스]

리비안 주식 더 사들이는 아마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도 투자자를 들뜨게 했다. 이 법안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 구축에 약 75억 달러가 배정됐다. CNN은 “10년 전 테슬라 주식을 놓쳤을지 모르는 투자자가 또 다른 전기자동차의 선구자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리비안은 현재 제2의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조지아주가 유력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리비안 ‘R1T’에는 현재 삼성SDI의 배터리가 실리고 있다. 향후 삼성SDI와 협력하거나 자체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가 리비안의 든든한 배경이라는 사실도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리비안 주식 1억583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22%다. 기존에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비안이 기업공개(IPO)에 나서자 256만4102주를 공모가격인 주당 78달러에 사들여 더 늘렸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리비안을 ‘테슬라 대항마’로 판단한 뒤 포드와 함께 10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자체 물류운송에 활용하기 위해 배달용 전기차 10만대를 공급받기로 리비안과 계약하기도 했다. 우주산업 등을 두고 머스크가 베이조스를 계속 저격하는 상황이 부각되자 리비안이 반(反) 테슬라 연합전선의 선봉에 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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