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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농촌 방송사는 어떻게 14억을 사로잡았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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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나 예능을 볼 때면 유난히 눈에 띄는 방송국이 있다.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지 “웬만한 드라마는 그 방송사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로 후난위성(湖南衛視)이 그 주인공이다.

후난위성은 1997년 1월 1일 아시아위성2호(亞洲衛星2號)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개국했다.

후난위성의 전신은 ‘후난텔레비전(湖南電視台)’이다. 1970년 개국한 후난텔레비전은 90년대까지 작은 시골 마을 방송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웨이원빈(魏文彬) 이사 취임 이후 후난위성은 그야말로 중국 ‘국민 방송사’로 자리 잡게 된다.

ⓒ바이두

ⓒ바이두

웨이원빈 이사는 당시 할리우드, 디즈니와 같은 서구 문화 산업 연구에 몰두했고, 문화·오락을 후난위성의 주요 산업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6천만 위안 미만의 소득 창출 능력을 갖춘 후난TV는 경제력은 물론 산업 확장 전망도 미미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시청자의 최대 관심 방송국은 국영방송사 CCTV와 산둥TV였다.

그러나 1997년 7월, 대대적 개편 이후 첫 번째 예능 버라이어티쇼《快乐大本营·쾌락대본영》을 통해 시청자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후난위성의 슬로건은 “快樂中國! (쾌락 중국)”으로, 오락에 중심을 두는 브랜딩을 시작했다.

〈쾌락대본영〉의 성공 이후〈장미의 약속(玫瑰之約)〉,〈신청년(新青年)〉,〈잉위에부단(音樂不斷)〉과 같은 프로그램을 연달아 제작했고 점차 중국의 대표 오락 채널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약 20년간 방영 중인 중국의 최장수 종합 예능 '쾌락대본영'. 주요 포맷은 게임과 토크로, 유명 연예인을 초대해 프로그램을 꾸린다. ⓒ쾌락대본영

약 20년간 방영 중인 중국의 최장수 종합 예능 '쾌락대본영'. 주요 포맷은 게임과 토크로, 유명 연예인을 초대해 프로그램을 꾸린다. ⓒ쾌락대본영

현재 후난위성의 프로그램은 모두 오락 위주로 제작하며, 오락 프로그램은 전체 프로그램 방영량의 50%를 점할 정도다.

특히 2003년부터 후난위성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채널 경영은 황금기를 맞게 됐다. 브랜드인지도 측면에서 후난위성의 시청률은 성급 위성텔레비전 중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3년 연속 중국에서 가장 투자 가치가 높은 미디어로 평가됐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후난위성은 한국과의 교류를 확장했다. 한국에서 히트를 쳤던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식샤를 합시다〉등의 포맷을 수입해 중국판으로 제작했으며, 특히 중국판〈나는 가수다(我是歌手)〉는 시즌 4까지 제작될 정도로 '대박'이 났다. 한국과의 교류를 통한 콘텐트 확장으로 후난위성의 '오락 TV' 명성은 절정에 달하게 됐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 ⓒ서우거우

?중국판 나는 가수다. ⓒ서우거우

후난위성은 오락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개국 이후 현재까지 총 58편의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2010년대 들어 제작한 드라마는 모두 1%의  시청률을 넘겼다.(중국 드라마의 흥행 기준은 시청률 1%다. 1%를 돌파하면 인기작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후난위성은 중국 시청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핵심 도시에서의 커버리지는 위성 TV 중 으뜸이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쾌락중국' 슬로건을 '청년 중국'으로 교체하며 '매체 책임'과 '청년문화 선도 플랫폼'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후난위성의 새 슬로건 '청춘중국' ⓒ후난위성

후난위성의 새 슬로건 '청춘중국' ⓒ후난위성

후난위성에 따르면 이들의 타깃 역시 젊은 층이라며 자사 시청자의 40%가 15~34세라고 밝혔다. 후난위성은 이에 젊은 층을 제대로 겨냥할 전용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망고TV(芒果TV)'를 만들었다. 현재 망고TV는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거대 IT기업 산하의 IPTV와 어깨를 견주며 유명 웹 드라마,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개국 초기 단 한 개에 불과했던 후난위성의 채널은 현재 7개의 지역 TV 채널, 4개의 라디오 방송국, 신문, 웹 사이트, 영화 스튜디오 등 여타 산업을 소유하고 있다.

?ⓒ망고TV

?ⓒ망고TV

그러나 후난위성은 현재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과도한 오락성, 스타 추종 등을 지적하며 지방 주요 방송사를 불러 군기를 잡았다. 상하이(上海)·장쑤(江蘇)·저장(浙江)·후난(湖南) 방송국을 대상으로  위에탄(約談·예약면담)을 진행했으며, 20년간 이어오던 최장수 예능 쾌락대본영은 한 달간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쾌락대본영

ⓒ쾌락대본영

중앙선전부와 국가광전총국은 “최근 수년간 이들 4개 지역방송국은 미디어 융합을 적극 추진하고 주류 가치관과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공헌을 했다”면서 “그러나 과도한 오락화, 연예인을 우상화하는 등 문제들이 존재하며, 이런 문제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특히 예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난위성에게 독약과도 같다. 후난위성은 쾌락대본영 프로그램 중단 소식과 함께 “혁신을 위해 집중 제작에 나서고 있다”며 “보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가치 지향적인 예능으로 찾아오겠다”며 공식 웨이보를 통해 전했다.

“오락 빼면 남을 게 없는”후난위성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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