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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홍 '쉐리', 완판남 꺾고 솽스이 최강자로 등극?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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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지금 세계 최대 쇼핑 축제 솽스이(雙11·광군절) 행사가 한창이다. 그중 주력 소비층인 2030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류 시장에서 인기 왕홍(网红·인플루언서)* 쉐리(雪梨, 본명은 '주천후이·硃宸慧')의 쇼핑몰이 눈에 띄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왕홍(网红): 외래어 표기법상 '왕훙'이 맞지만, 현재 더 널리 쓰이는 '왕홍'으로 표기했습니다.

쉐리 [사진 소후닷컴]

쉐리 [사진 소후닷컴]

쉐리(90년생)는 지난해 솽스이 기간 6년 연속 여성복 판매 1위 신화를 이어온 ASM(중국의 또 다른 인기 왕홍, 안나가 만든 브랜드)을 제쳤다. 올해 솽스이에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행하며 막을 올린 솽스이 행사에서 두 왕홍 브랜드는 연일 ‘가격 전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쉐리의 제품은 네티즌 사이에서 ‘파격 세일’로 입소문 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슷한 스타일의 경우 쉐리의 라이브 방송 중 가격은 안나의 반에 불과하다. 덕분에 판매량은 안나의 10배에 달했다. 라이브 방송 중에만 파격 세일을 펼치는 작전이 먹혀든 것이다.

안나 [사진 소후닷컴]

안나 [사진 소후닷컴]

소비자들은 이 같은 쉐리의 마케팅 전략을 환영하는 눈치다. 라이브 방송 업계에서 쉐리의 입지 역시 한층 더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아직 ‘완판남’ 리자치(李佳琪)와 ‘라이브 여신’ 웨이야(薇娅·viya)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 리자치는 한국에서도 ‘립스틱 오빠’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는 순간 완판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왕홍 중 하나다.

사실 쉐리는 2019년부터 이미 솽스이 사전 판매 행사 매출 기준 ‘3위 라이브커머스 왕홍’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쉐리는 이 순위에 만족하지 못했다. 한 토크쇼에 출연해서는 “앞으로 1위를 하지 못하면 다들 무시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솽스이 매출로는 리자치나 웨이야에 뒤처진 상황이지만 쉐리 역시 자체 브랜드를 설립할 정도로 뛰어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쉐리 자체만으로 브랜드 홍보 효과가 있어서 수년째 본인이 직접 모델로 활동하며 홍보에 적극적이다.

쉐리 [사진 소후닷컴]

쉐리 [사진 소후닷컴]

업계 경쟁자와의 콜라보도 선뜻… 브랜드 홍보에 누구보다 열정적

2016~2019년 쉐리는 여성복을 주력 상품으로 삼았다. 당시 최대 경쟁자는 쉐리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인기를 얻은 안나(ANNA)와 장다이(張大奕)였다. 당시 이들 사이의 경쟁은 ‘불꽃이 튈 정도였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쉐리는 장다이와 ‘여성복 업계 최고 왕홍’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쳤으며, 안나와는 매출 경쟁을 벌였다.

쉐리는 2020년에 들어서 작전을 바꾼다. 매장 확대나 외부 사업보다 라이브커머스 한 우물만 팠다. 다른 왕홍과의 콜라보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중국 왕홍 저우양칭(周揚青, 중화권 스타 중에서도 역대급 미모로 평가받는 배우 안젤라베이비를 쏙 닮아 '리틀 안젤라베이비'라 불리는 왕홍)이 쉐리의 라이브 방송 게스트로 등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시 라이브 방송 덕분에 4개의 인기 연관 검색어가 탄생했으며, 4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해당 방송을 시청했다. 이 기회를 빌려 쉐리도 라이브 방송 업계 유명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황샤오밍(黃晓明), 탄쑹윈(譚松韻), 리뤄퉁(李若彤) 등 중국 유명인들과 라이브 방송을 함께 진행한 쉐리. [사진 소후닷컴]

황샤오밍(黃晓明), 탄쑹윈(譚松韻), 리뤄퉁(李若彤) 등 중국 유명인들과 라이브 방송을 함께 진행한 쉐리. [사진 소후닷컴]

쉐리는 이후에도 황샤오밍(黃晓明), 탄쑹윈(譚松韻), 리뤄퉁(李若彤) 등 중국 유명인들을 라이브 방송에 초대해,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2020년 하반기에만 10명에 가까운 유명 인사와 연예인들이 쉐리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무엇보다 당시 ‘왕쓰충(王思聪)의 여자친구’로 유명세를 치른 것이 오히려 라이브 방송 접속자 수를 늘리는 호재로 작용했다.

왼쪽부터 왕쓰충(王思聪)과 쉐리. [사진 소후닷컴]

왼쪽부터 왕쓰충(王思聪)과 쉐리. [사진 소후닷컴]

물론 쉐리의 성공이 단순히 유명인의 후광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가격 인하와 대중적인 스타일을 내세운 점도 매출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라이브 방송을 하기 전 쉐리의 브랜드는 다른 왕홍들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감각 있는 디자인과 살짝 높은 가격으로 ‘이름값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도 주요 타깃층이 패션 감각과 막강한 소비력을 보유한 젊은 여성이다 보니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일부 의류 업계 관계자들은 쉐리의 브랜드 본사가 ‘의류 도시’인 항저우(杭州)와 인접했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어 매출총이익률이 50~90%로 높은 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업이 라이브커머스 위주로 바뀌며 주요 고객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고품격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쉐리는 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한다. 라이브 방송 때 가격을 대폭 내린 것이다. 지난해 3월 ‘타오바오 라이브 쇼핑 페스티벌’ 기간 중 쉐리와 장다이의 라이브 방송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스커트가 등장했다. 쉐리는 실시간으로 69위안(1만 2776원)으로 가격을 내리며 성공적으로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었다.

[사진 @菲力姐姐jfiensksl공식웨이보]

[사진 @菲力姐姐jfiensksl공식웨이보]

“촌스러워” 네티즌 혹평에도 여성복 판매 1위 유지

라이브 방송 중 쉐리는 “촌스럽다” “안 예쁘다” “스트릿트 스타일” 등 네티즌의 혹평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계획된 의도였다.

중국 온라인 트렌드를 연구하는 Mob 연구원에 따르면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의 주요 접속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졌다. 3, 4선 도시에 거주하는 25~44세의 여성으로, 12세 이하 아이를 가진 기혼자. 이들은 적당한 가격과 대중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이러한 주요 소비자의 특성을 세세하게 조사해 브랜드 제품에 반영한 것이 쉐리의 전략이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된 제품들은 수많은 사람에게 욕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쉐리는 지난해 안나를 제치고 타오바오 여성복 판매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다.

[사진 360新闻]

[사진 360新闻]

다른 왕홍 여성복 쇼핑몰 사이에서 유행한 ‘사전 예약 판매 모델’보다 ‘공장에서 바로 출고하는 형태’를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소비자가 2~3주 후에나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전자보다 인기 있는 스타일만 뽑아 선보인 후, 공장에서 바로 출고하는 후자 방식은 반품률 감소에도 효과적이었다.

올해에도 이 같은 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쉐리는 ‘솽스이 사전 판매 행사’에서 이미 안나의 매출 기록을 넘어섰다.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도 대부분 네티즌이 올해 솽스이 행사에서 타오바오 여성복 판매 1위는 쉐리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전체 판매 실적에서는 리자치와 웨이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솽스이 사전 판매 첫날 기준 여전히 전체 매출 기준 3위를 기록한 쉐리. 그의 예상 판매액은 9억 위안(1666억 4400만 원)으로 리자치와 웨이야의 매출은 쉐리의 약 10배로 예상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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