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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어떻게 먹이나…커지는 中 식량안보 위기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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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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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중국 상무부가 통지문 하나를 게시했다. 다가오는 추운 계절에 대비하여 야채, 육류 및 식용유를 포함한 식량 공급과 생필품 안정가 확보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예년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올해는 “일상생활과 비상사태에 대비해 생활 필수품을 일정량 비축해 두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함께 남겼다.
이를 본 중국인들은 곧장 마트, 시장으로 달려갔다. 식량 비축에 대한 메시지가 ‘대만과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곧장 시민들을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다’는 공지를 앞다퉈 내놓으며 ‘이번 통지문의 의도는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나 격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나서서 “중국서 매일 가공되는 쌀과 면을 합치면 14억 명이 이틀간 먹을 양”이라며 민심을 달랬다.

중국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필수품을 비축하도록 장려한 후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쇼핑을 하고있다. ⓒ뉴욕타임스

중국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필수품을 비축하도록 장려한 후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쇼핑을 하고있다. ⓒ뉴욕타임스

당국의 진화에도 불안 심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장쑤성, 충칭 등에서 나타났던 사재기 현상은 수도 베이징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 시내의 일부 대형마트에는 생필품과 식량을 사려는 시민들로 몰렸고 사재기 품목에는 쌀과 밀가루 등 곡식류, 배추, 대파, 감자, 양파 등 채소류가 포함됐다.

중국의 식량 안보 일대기

중국은 세계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14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중국은 1990년에 국가 곡물 비축량을 설립해 중앙 국가 비축량과 지방 비축량을 조정하고 정부와 기업 재고를 서로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2015년에 모든 지방정부가 지역 식량 안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상세한 평가 기준과 결합된 책임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중국 정부는 제한된 토지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작지에 대한 최소 수준을 1억 2000만 헥타르로 정했다. 정부는 또 2025년까지 7167만 헥타르의 고표준 농경지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8000만 헥타르에 달하는 목표를 설정하며 국가 식량 안전을 한층 보장하고자 했다.

ⓒ글로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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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시진핑 주석은 '음식 낭비'를 줄이라며 식품 낭비 금지법을 지시했고 이는 즉시 국가 캠페인으로 전환됐다. 중국은 이처럼 식량 비축과 안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 량옌(梁彦) 부국장은 “현재 총 곡물 매장량이 충분하고 밀과 쌀 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곡물 시장의 공급이 완전히 보장되어 2021년 중국의 연간 곡물 생산량이 7년 연속 6500억 kg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현재 곡물 비축량은 높은 수준이며 중국은 기본적으로 식량 공급이 절대적으로 안전한 곡물 자급자족 국가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지린성에서 옥수수밭을 시찰하는 시진핑.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지린성에서 옥수수밭을 시찰하는 시진핑. ⓒ 연합뉴스

식량안보 위기說, 어디서 터졌나 

중국의 식량안보 위기설은 매년 대두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바이러스,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식량 안보에 대한 의문을 더욱 폭증시켰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급격한 도시화가 주효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물 부족이 심각해 농장 유지는 위태로워졌다. 농촌 경작지 축소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식량 생산량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수요는 계속해서 느는데, 공급은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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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주기 파동, 경지 및 수자원 부족 및 정책적 한계비용 감소 등이 지속하며 불균형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해외시장에서의 곡물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중국의 옥수수와 대두(콩)는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줄곧 곡물 수입량은 1억 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수입량은 폭증했다.

올 9월까지 총 1억 2827만 톤의 곡물을 수입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9.3% 증가한 수치다. 또 9월 한 달에만 353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했는데, 1년 전보다 226.9%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수입 확대는 국제 상품시장에서의 곡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중국 기업은 해외 농지나 식품 기업 인수에 나서고,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화학비료 원료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결국 외국 곡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이를 나르는 해상 수송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식량안보는 결국 우리 밥상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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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 어떻게 해결할까

전염병 상황에서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최대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새해 첫 번째 정책 문건인 ‘중앙 1호 문건’으로 ‘삼농(농업·농촌·농민)’ 문제를 꼽았다.

14차 5개년 계획(14·5 계획)이 시작되는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삼농문제가 여전히 매우 중요하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당분간 완화돼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해당 문건에는 빈곤 퇴치와 농촌 진흥의 연계, 농업 현대화 가속화, 농촌 건설 활동 대대적인 실시와 같은 항목이 포함됐다.

그뿐만 아니라 농업·농촌 부문에 대한 당의 장악력 확대를 꾀하는 모습도 보였다. 1호 문건의 마지막 대목표로 삼농 업무에 관한 당의 전면적 지도 강화 방안이 담겨 있다. 향후 중국 농업·농촌 부문에 대한 당의 관리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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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의 밥그릇을 중국인의 손에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하며, 이는 국가가 식품 공급에 있어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층은 결국 14·5 계획의 목표 달성 여부는 ‘삼농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14억을 어떻게 먹여 살릴까…. 시름이 깊어지는 중국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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